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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애매하네요."
조 감독으로선 현재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순위 싸움에서 한발 떨어져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모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당연하지만 자칫 뜻하지 않게 특정팀을 밀어준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조 감독이 염 감독을 찾은 이유는 넥센과의 지난주 2연전에서 모두 승리, 넥센의 상위권 도전에 '고춧가루'를 심하게 뿌린 적잖은 미안함 때문이다.
넥센은 18일 kt전에서 1회에만 9실점을 하며 5대15로 대패하더니 19일에서는 7회까지 9-2로 앞서다가 8회와 9회 믿었던 한현희와 손승락이 나란히 3실점씩을 하면서 9대10으로 대역전패를 당했다. 내심 2연승 상대라 생각했던 kt에 불의의 연패를 당한 넥센은 20일 SK전 승리로 잠시 숨을 돌렸지만 21~23일까지 SK와 LG에 3연패를 당하는 등 지난주에만 2승5패에 그치며 2승4패로 동반 부진했던 3위 두산을 따라잡을 기회를 놓쳤다.
조 감독은 이날 선발이었던 정대현을 26일 그대로 기용하기로 했다. 사실 로테이션으로는 옥스프링이 나오는게 맞지만, 이 역시 넥센에 대한 은근한 배려였다. 옥스프링은 넥센전에 2경기 나와 팀의 창단 첫 승을 이끌기도 하는 등 1승1패, 평균자책점 3.55로 비교적 강했다. 반면 정대현은 넥센전 1경기에 선발로 나왔지만 2⅔이닝만에 7실점(4자책)으로 강판당한 경험이 있다. 당연히 넥센 타자들로선 옥스프링 보다는 정대현이 상대하기가 더 편할 것이다.
조 감독은 "넥센에 대한 배려라기 보다는 윤근영이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건너뛸 것으로 보여 그대로 정대현을 써야한다"는 현실을 강조했지만, 염 감독에게는 "원하는 투수가 누구냐"라고 묻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한화와 치열한 5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KIA와의 27~28일 2연전에 옥스프링과 저마노 등 2명의 외국인 투수가 연달아 투입되는 스케줄이 됐다. 물론 2명이 투입된다고 해서 모두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조 감독은 지난 20~21일 한화전에서 로테이션대로 2명을 연달아 투입했을 때 은근한 부담감을 느꼈던 것 같다. 조 감독은 "애매한 상황이라 KIA와 SK전에 한 명씩 나눠 기용할까 한다"며 우회적으로 이를 표현했다.
어쨌든 kt는 치열한 순위 다툼에서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맞다. 그만큼 시즌 초중반과는 달리 실력이 개선됐다는 뜻이다. 조 감독은 "시즌 초반에만 헤매지 않았더라면 현재 훨씬 더 재밌는 싸움이 될 수 있었을텐데…"라며 웃었다. 올해는 감초 같은 역할에 그치고 있지만, 내년에는 분명 다를 것이란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목동=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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