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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는 어떻게 약점을 극복했나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5-08-16 09:41 | 최종수정 2015-08-17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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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가 지난 2월 미국 플로리다 주 브래든턴에서 펼쳐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스프링캠프에서 로메로(두산)와 러닝 훈련을 하는 모습.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153~155㎞의 강속구. 그런데 똑바로 날아오는 공은 없다."

'초짜' 메이저리거 강정호의 고민거리였다. 처음 상대하는 투수들. TV를 통해서나 접하던 몇 백억 짜리 선수들. 이들이 던진 공은 빠르면서도 움직였다. 포심 패스트볼이라고 생각해 방망이를 휘두르면 어느샌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변화가 있었다. 흔히 말하는 정직한 직구가 아니었다. '투심', '싱커', '커터' 등 모두 패스트볼 계열이지만 각기 다른 변화를 보이는 구종들이었다. 그런데 전광판에 찍힌 스피드는 대부분 150㎞ 초중반. 강정호는 혀를 내둘렀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선수들에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넥센 코칭스태프들에게도 "정타가 나오지 않는다"며 걱정부터 늘어놨다. 하지만 현재 피츠버그의 중심 타선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국내 시절처럼 40홈런을 치는 거포 이미지는 없지만 각 구단 에이스와 마무리 투수들의 공을 장타로 연결하는 그다. 이로 인해 현지 언론도 "냉정히 말해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쓴 돈이 아까워 구단은 개막 엔트리에 그의 이름을 넣었다"는 시선을 접고, "슈퍼 스타 매커친 다음으로 팀 승리에 기여하고 있다"는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강정호는 어떻게 자신의 약점을 딛고 메이저리그에 적응한 것일까.

염경엽 넥센 감독이 보는 성공적인 정착 이유는 '속도 적응'이다. 또 히팅하려는 순간, 미세하게 꺾이는 움직임에도 몸이 반응하고 있다. 염 감독은 "(강)정호는 원래 한국에서도 빠른 공을 잘 쳤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계속해서 빠른 공들을 보다 보니 이제 익숙해진 것 같다"며 "자신의 스윙을 하고 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사실 기술적인 부분보다 더 중요한 게 멘탈이다. 기량이 아무리 빼어나도 그곳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주눅 들면 야구를 잘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강정호의 최대 장점이 바로 멘탈이다. 흔히 류현진(LA 다저스)의 멘탈이 좋다고 하는데, (강)정호도 이에 못지 않다"고 밝혔다.

유명한 일화도 있다. 지난해 넥센이 구단 창단 후 처음으로 경험한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였다. 정규시즌과 마찬가지로 변함없이 유격수 자리를 맡은 강정호는 5차전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했다. 1-0으로 앞선 9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바로의 평범한 타구를 다리 사이로 빠뜨렸다. 결국 넥센은 강정호가 '알'을 까며 역전패까지 당했다. 일반적인 선수라면 다음날 코칭스태프, 동료들의 눈치를 보느라 훈련도 제대로 못하는 게 당연할 테다.

하지만 강정호는 달랐다. "자, 오늘은 내가 홈런 쳐서 이길테니 파이팅 하자. 다들 힘내라"고 오히려 당당했다는 후문이다. 염 감독은 "도대체 이런 선수가 어디있겠는가. 보통은 감독 얼굴도 쳐다보지 못한다"며 "신인 시절부터 (강)정호를 지켜봤지만, 정말 대단한 멘탈을 갖고 있다. 무조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선수이고, 메이저리그라는 환경에도 금방 적응할 줄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요즘 강정호가 치는 것을 보고 확신이 들었다. 타율은 무조건 2할8푼 이상, 홈런도 무조건 15개 이상"이라며 "현재 강정호는 2스트라이크 이후 삼진을 당하지 않는 스윙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보다 삼진을 덜 먹고 있는 것이데, 타율이 올라가면 좀 더 자신의 스윙을 할 것이다. 그러면 홈런 개수도 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강정호를 보는 심재학 넥센 타격 코치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강정호가 시즌 초반 불거진 '레그킥(왼 다리를 크게 들어 올렸다가 내리면서 타격하는 방식) 논란' 등을 딛고 빅리그에 연착륙한 건 결국 자신의 스윙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심 코치는 "원래 잘치는 선수다. 잘 치는 선수가 그 쪽 투수들의 공을 많이 보면서 적응을 마쳤다"며 "이제는 갖다 맞히지 않고 자기 스윙을 한다. 그거면 된 거다"고 밝혔다. 송재우 MBC 스포츠+ 해설위원도 "자신감이 붙었다. 상대 투수에 대한 연구를 치밀하게 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당초 벤치 멤버로 평가 받던 선수가 중심 타선에서 자리를 잡았다. 자신의 장기인 빠른 공에 타이밍을 잡고 있다가 변하는 공에도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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