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감' 찾고 '소원 찬스'도 잡은 이재학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5-08-05 06:49


2015 프로야구 주중 첫 경기 LG와 NC의 경기가 4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NC 이재학이 선발 등판 LG 타선을 상대로 역투를 하고 있다. 이재학은 올시즌 18경기에 나와 4승 4패를 기록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5.08.04/

"소원을 말해봐~."

소녀시대 노래가 아니다. NC 이재학이 소원 찬스를 얻었다.

지난 1일 창원 마산구장이었다. NC-넥센전에 앞서 이날 경기 중계를 맡은 김선우 MBC스포츠+ 해설위원이 이재학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둘은 2010년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 대선배는 까마득한 후배의 최근 부진이 꽤나 신경 쓰이는 눈치였다.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인데, 올 시즌 마운드 위에서의 감을 쉽게 찾지 못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래서 제안 하나를 했다. 후배와 기분 좋은 내기를 했다. "(이)재학아 너 다음 등판이 언제지? 네가 그 날 7이닝 1실점만 하면 형이 소원 하나를 들어줄게. 대신 못 던지면 네가 형한테 딸기 우유를 하나 사주는 거다. OK?" 딸기는 이재학의 별명이다. 그러자 후배가 잠시 고민하더니 조건을 조금 바꿨다. "선배님, 7이닝 말고 6이닝 1실점으로 하시죠. 그 정도는 제가 자신 있습니다." 김선우 위원은 곧장 "좋아, 좋아"라고 동의를 했다.

그리고 이어진 이재학의 선발 등판. 그는 4일 잠실 LG전에서 6이닝 6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8대1 승리를 이끌었다. 1회말 무사 1,2루 위기가 있었지만 상대 중심타선을 꽁꽁 틀어 막았다. 5회말 임훈에게 우월 솔로포를 얻어 맞았지만 그게 유일한 실점이었다. 6회까지 95개의 공을 던지면서 직구 최고 시속은 144㎞. 직구(61개)와 체인지업(34개)만 던지며 선배와의 내기에서 이겼다. 시즌 5승(4패)째를 거뒀고, 후반기 2번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승리 투수가 되며 신인왕 출신의 자존심도 살리고 있다.

무엇보다 6월9일 인천 SK전 이후 57일 만에 6이닝 이상을 던진 것에 의미가 있었다. '선발이라면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해 불펜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는 신념에도 부합하는 투구였다. 그리고 이는 김선우 위원이 애초 '7이닝'을 내기 조건으로 건 이유이기도 하다. 이재학의 요구로 '6이닝'으로 수정되기는 했지만, 선배는 후배가 긴 이닝을 깔끔하게 막으며 '감'을 찾길 바라고 있었다. 시즌 내내 고전하고 있는 신인왕 출신 사이드암 투수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터닝 포인트였던 셈이다.

높은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호투로 이어졌다. 그는 앞선 18경기에서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53%였던 반면 그 비율을 62.5%(15/24)까지 높이며 타자와의 승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흔히 A급 투수의 조건으로 60%에 가까운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꼽곤 하는데 이재학이 모처럼 안정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여기에는 1회부터 야수들이 7점을 뽑아준 게 컸다. 스스로도 어이없이 빠지는 공이 줄면서 효율적인 투구가 가능했다. 때문에 경기당 5.34개였던 볼넷도 이날은 2개밖에 나오지 않았다. 9이닝으로 환산했을 땐 3개다.

이재학도 경기 후 "요즘 많은 생각 없이 경기에 임하려고 한다. 내 피칭만 한다고 생각하고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점수가 0대0이라는 생각으로 네 공만 던지라는 최일언 투수 코치님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창원에서도 "예전에는 긴 이닝을 보고 완급 조절을 했다면, 지금은 한 타자 한 타자에, 공 한 개 한 개에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진다"고 했는데, 이날은 최 코치의 조언과 맞물려 모처럼 납득할 수 있는 투구를 했다.


이제 어느 정도 '감'을 찾은 그는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향해 달려간다. 그 동안 부진한 경기가 워낙 많아 팀에 미안한 마음이 큰 만큼 10승은 개인적으로도 꼭 이루고 싶은 목표일 게다. 물론 그보다 먼저 김선우 위원에게 말할 소원을 정하는 게 먼저다. 자칫 김 위원이 큰 돈을 쓸지도 모르겠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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