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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조인성, 20살 후배들에게 '아빠미소' 보내는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8-05 11:01


"얼마나 어렵겠어요? 제가 그 마음 다 알죠. 그래서 더 웃어주는 거에요."


2015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주말 3연전 2차전이 2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5회초 2사 2루 삼성 구자욱 타석에서 한화 선발투수 김민우가 강판되자 조인성이 위로하고 있다.
삼성은 선발투수로 5승 7패 방어율 7.65의 장원삼을 내세웠다. 한화에서는 1패 방어율 6.15의 김민우가 선발 등판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7.25/
한화 이글스 주전포수 조인성은 지금도 신인 시절의 긴장감을 잊지 못한다. 연세대 시절 '아마추어 최고의 강견포수'로 불렸지만, 막상 1998년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나서는 '프로팀 막내'였다. 감히 선배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시절. 투수들을 '리드'해야 하는 포수의 입장이지만, 아뿔싸! 불펜에 나가 보니 당대의 최고투수이자 최선참인 김용수가 투수조장으로 떡 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당시의 조인성에게는 15살이나 많은 대선배 김용수는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주눅이 드는 '거인'이었다.

조인성은 그때를 기억한다. "그때 다시 한번 깨달았죠. 결국은 투수가 잘해야 팀도 잘 나가고, 그래야 포수인 나 역시도 잘 될수 있다는 걸. 그래서 포수는 결국 투수에게 맞춰야 하는 역할이라는 걸." 조인성이 햇수로 17년전의 기억을 지금 새삼 떠올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올해 막 입단한 한화의 신인 투수들을 보고 있자니 과거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후반기 들어 신인 투수 3명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올해 입단한 95년생 20세 동갑내기 김민우와 김범수, 그리고 지난해 입단했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박한길(21)이 주역들이다. 김민우는 후반기 선발 로테이션을 맡고 있고, 김범수와 박한길은 중간계투로 나온다. 하지만 이들도 시즌 내에 선발로 출격할 가능성이 있다. 김 감독은 "이제 더 순위싸움이 치열해 질 텐데, 그러려면 새로운 힘이 필요하다. 박한길도 선발로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세 투수는 힘은 넘치지만, 경험은 턱도 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들을 믿음직하게 이끌어줄 인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역할에 최적화 된 인물이 바로 프로 18년차 포수 조인성이다. 실제로 조인성은 김민우의 첫 선발 등판 때 4⅔이닝 노히트 1실점 호투를 이끌어낸 바 있다. 김민우가 흔들릴 때는 마운드 위에 적절히 올라가 넉넉한 '아빠 미소'를 앞세워 격려의 말을 건넸다.


2015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주말 3연전 2차전이 2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포수 조인성이 1회 첫 투구를 마친 선발투수 김민우에게 다가가 조언을 하고 있다.
삼성은 선발투수로 5승 7패 방어율 7.65의 장원삼을 내세웠다. 한화에서는 1패 방어율 6.15의 김민우가 선발 등판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7.25/
95년생 김민우 김범수와 75년생 조인성은 정확히 20살 차이가 난다. '아버지 뻘' 나이 차이다. 그래서 조인성에게 이들은 막내 조카쯤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어린 투수들에게 조인성은 말조차 붙이기 어려운 '거인'처럼 보일 것이다. 마치 17년전 조인성이 김용수 투수를 바라보는 기분과도 흡사할 것이다. 조인성이 어린 후배들을 보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인성은 "사실 어린 후배들 입장에서는 선배들이 어려워 주눅이 들 수도 있겠죠. 하지만 투수는 자신감있게 던져야 합니다. 그래서 나 역시 후배들이 자기의 가장 좋은 공을 던지도록 조언하고 있죠. 후배들이 그 말대로 잘 따라오고 힘이 실린 공을 던져줬을 때는 포수로서 쾌감도 있어요"라며 '아들뻘' 후배들과의 호흡이 즐겁다고 밝혔다.

시즌 전반기에 종아리와 옆구리 등 많은 부상에 시달렸던 조인성은 최근 옆구리 부상이 회복된 이후 타격감과 송구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드디어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하게 된 셈이다. 후반기 11경기에서 타율이 3할3리로 좋아졌다. 떨어졌던 자존심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록들보다 지금 조인성에게 중요한 건 '어린 투수들'이 좋은 공을 던지는 것이다. 조인성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 "투수가 잘 돼야 팀도 잘되고, 나도 잘 되는 거에요. 후배들이 더 좋은 공을 던지도록 돕는 게 결국 내가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인 거죠." 후배들을 바라보는 조인성의 넉넉한 '아빠 미소'는 앞으로도 오래 이어질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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