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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일수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하나입니다. 더 열심히 박수치고, 더 열심히 경기를 준비하는 겁니다."
하지만 문규현은 달랐다. 보통 야구 경기에서 승리를 하면 결승타를 치거나, 공을 잘 던진 투수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주목받기 마련. 그런데 실상 경기의 중요한 흐름은 보이지 않는 플레이를 통해 갈리는 경우가 많다. 29일 롯데의 승리 장면이 그랬다. 경기 후반 대수비로 투입돼 펼친 문규현의 결정적 수비가 아니었다면 롯데는 승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문규현은 양팀이 2-2로 맞서던 9회초 주자 없는 상황서 손주인의 3루수와 유격수 사이 깊은 타구를 역동작으로 잡아 강한 어깨를 이용해 1루에 공을 뿌렸다. 간발의 차 아웃. 다음 타자 유강남이 안타를 때렸던 것을 생각하면 문규현의 이 수비는 의미가 있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10회초였다. 2사 2루 위기서 문선재가 친 타구가 투수 키를 넘었다. 땅볼이 내야를 빠져나갔다면 느린 중전안타가 되며 2루주자 정성훈이 무조건 홈에 들어올 수 있었다. 연장 접전에서 LG가 1점을 먼저 냈다면 분위기를 확 가져갈 수 있었는데, 이 때 문규현이 몸을 날려 공을 막아냈고 이를 내야안타로 저지시켰다. 이 덕에 LG는 한 번 더 공격을 해야했고, 오지환이 내야 땅볼로 아웃되며 롯데는 10회말 결승점을 뽑을 수 있었다. 점수를 낼 수 있는 상황서 점수를 내지 못하니 LG쪽에서는 힘이 빠지고 말았다.
이종운 감독 역시 문규현의 이런 희생을 잘 알고 있다. 이 감독은 "규현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김대륙, 오승택 등 후배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규현이가 곧 공-수 모두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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