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 감독, 마지막에도 "동열이와 종범이"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7-19 09:18


2015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18일 수원 KT위즈 파크에서 열렸다.
경기 전 시포를 맡은 선동열 감독이 시구를 맡은 김응용 감독에게 볼을 전달하고 있다.
2015 올스타전은 팬사인회와 번트왕 선발대회등 다채로운 식전행사에 이어 드림올스타(삼성, SK, 두산, 롯데, kt)와 나눔올스타 (넥센, NC, LG, KIA, 한화)의 경기로 펼쳐진다.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7.18.

"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

90년대 후반, 아니 프로야구 역사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유행어로 기억되는 한 마디다. 당시 해태 타이거즈를 이끌던 김응용 감독이 답답한 팀 사정을 빗대 말한 것이다. 무섭게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수집하던 해태는 불세출의 에이스 선동열이 95 시즌 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로 이적한 데 이어, 97 시즌 후 당해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던 최고 유격수 이종범까지 주니치로 팀을 옮김에 따라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었다. 그룹의 자금난까지 겹치며 해태는 이 때부터 암흑기를 거치게 됐는데, 당시 김 감독이 말한 "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에 모든 답답함이 함축돼있었다.

83시즌부터 해태를 이끈 뒤 거둔 전무후무할 9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그리고 강한 전력, 적극적 지원에도 우승하지 못할 것만 같았던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으로서의 우승까지. 김응용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삼성 사장직에서 물러난 후 한화 이글스 감독으로 깜짝 컴백한 자체도 그야말로 쇼킹했다. 2년 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결국 지난해 유니폼을 벗었지만 김 감독이 한화에서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해서 손가락질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영원히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뿜을 것 같았던 노장이 잘됐으면 했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느껴지는 아쉬움이 더 컸을 것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그렇게 김 감독이 유니폼을 벗었다. 후배들이 전설을 대우했다. 18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김 감독은 시구를 했다. 현역 감독들과 제자들에게 공로패를 받았다. 그리고 나눔 올스타팀 명예 감독으로 1이닝동안 유니폼을 입고 덕아웃을 지켰다. 그렇게 프로 감독 김응용의 인생이 마무리됐다.

동열이와 종범이를 애타게 찾았던 혈기 넘치던 코끼리 감독. 마지막도 동열이와 종범이었다. 김 감독은 "긴 감독 인생 중 가장 야구를 잘했던, 기억에 남는 선수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답을 했다. 김 감독은 "선동열이 제일 좋은 투수였다"고 짧게 코멘트했다. 다른 설명이 필요없었다. 타자에 대해서는 "타자라고 하기보다는 야수로서 갖춰야 할 3박자를 갖춘 선수는 이종범이었다"고 답했다. 해태 시절 9번, 삼성 시절 1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은 최강팀이라는 뜻이고, 그만큼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는 소리다. 그런데도 노장의 기억에 마지막까지 남은 선수는 선동열과 이종범이었다. 제자 선동열은 김응용 감독의 시구를 홈플레이트에서 받았다. 이종범도 해설위원으로 현장을 찾아 스승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봤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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