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토종 이닝이터, 8년 만에 200이닝 고지 돌파한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5-07-07 12:47


'이닝이터'는 선발 투수의 강력함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제 아무리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는 '파이어볼러'라고 해도 마운드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면 에이스로 인정받을 수 없다. 특히 올해 처럼 경기수(팀당 144경기)가 늘어난 시즌에선 선발로서 많은 이닝을 버텨주는 게 최고의 미덕이다.

강력한 후보들


2015 KBO리그 LG트윈스와 NC다이노스의 경기가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NC 7회초 1사후 지석훈 타석때 LG 소사가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6,28/
이닝이터의 산술적인 기준은 없다. 하지만 선발 투수라면 누구나 한번 쯤 욕심을 낼 만한 수치가 있다. 바로 한 시즌 200이닝이다.

2015시즌은 팀당 경기수가 144경기로 늘었다. 지난해까지는 128경기였다. 따라서 선발 투수들에게 3~4경기 정도 등판 기회가 많아졌다. 200이닝을 버티는 투수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200이닝 고지를 찍은 투수가 없었다. KBO리그에서 마지막으로 200이닝을 찍은 선수는 2013년 리즈(당시 LG)로 202⅔이닝을 던졌다. 현재 KBO리그에서 뛰는 선수 중 200이닝 이상을 던져본 선수는 삼성 임창용(당시 삼성, 2002년)과 NC 이승호(당시 SK 2001년) 두 명 뿐이다.


3일 잠실구장에서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주말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두산 유희관과 넥센 밴헤켄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힘차게 투구하고 있는 유희관.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7.03
올해는 6일 현재 200이닝을 기대할 수 있는 후보들이 쟁쟁하다. 시즌의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100이닝을 버틴 선수들이 제법 많다.

외국인 선수로는 LG 소사(116이닝) 롯데 린드블럼(115⅓이닝) 삼성 피가로(104⅔이닝) kt 옥스프링(104⅔이닝) NC 해커(103⅓이닝) 넥센 밴헤켄(101⅔이닝)을 꼽을 수 있다. 롯데 레일리(99⅔이닝)도 가능성이 있다. 이중에서 팀내 비중, 불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소사, 린드블럼의 가능성이 높다.

토종 투수 중에는 두산 유희관(107⅔이닝) KIA 양현종(106⅓이닝) 삼성 윤성환(105⅔이닝)이 후보군에 들어간다. 최근 어깨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양현종은 팀에서 무리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후반기에 이닝 조절에 들어갈 경우 200이닝은 힘들 수 있다. 그럴 경우 유희관과 윤성환 둘로 압축된다.

토종 선수로는 류현진(당시 한화)이 2007년 211이닝을 던진 게 마지막 200이닝 돌파 기록이다.


윤성환이 말하는 200이닝


2015 KBO리그 SK와이번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2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삼성 선발투수 윤성환이 SK타선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문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6,21/
윤성환은 '꾸준함'의 대명사로 통한다. 2008년 삼성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간 후 올해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5번 두자릿수 승수를 기록했다. 삼성의 통합 우승 4연패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말 FA 대박(4년 80억원)을 터트렸다. 그리고 올해 그는 처음으로 200이닝에 도전하고 있다. 6일 현재 16경기에 선발 등판, 105⅔이닝을 책임졌다. 8승4패, 평균자책점 3.49.

윤성환은 이번 시즌에 경기당 평균 6이닝 이상을 버텨주고 있다. 이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산술적으로 31경기에 등판하면 200이닝을 넘어서게 된다.

윤성환은 "200이닝을 던지고 싶은 욕심은 있다. 선발 투수라면 누구나 마운드에서 오래 서있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그가 가장 많이 던진 이닝은 2013시즌의 170⅔이닝이다. 그는 지난 두 시즌 역속으로 170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윤성환은 "날씨가 더워지면서 체력적으로 힘들다. 이번 여름을 잘 넘겨야만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투구수가 많아지면서 피로가 쌓인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투구수가 100개에 근접하면 확실히 몸이 다르다. 오래 버티기 위해선 투구수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속 보다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윤성환과 유희관이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200이닝 기록을 돌파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정민철 위원에게 200이닝이란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2015 프로야구 경기가 15일 광주구장에서 열린다. 경기 전 정민철 해설위원이 KIA 이대진 코치에게서 사인볼을 받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5.15/
KBO리그에서 역대 한 시즌에 200이닝 이상 투구한 투수는 총 45명이다. 그중 최동원(당시 롯데) 정민태(당시 현대)는 5시즌 연속 200이닝을 던졌다. 가장 최근엔 리오스(당시 두산)가 4년 연속 200이닝을 기록했다. 한 시즌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는 장명부(당시 삼미)로 60경기에 등판, 427⅓이닝을 책임졌다. 장명부의 이 수치는 불멸의 기록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화 에이스 출신 정민철 해설위원도 200이닝 이상을 4시즌이나 던졌다. 그가 생각하는 선발 투수에게 200이닝은 어떤 의미일까.

정민철 위원은 "200이닝은 선발투수에게 자부심이자 책임감이다. 승패는 선발 투수만 잘 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건 투수의 능력이다. 이닝이터야말로 선발 투수로서 팀에 공헌하는 것이고, 또 자기만족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민철 위원이 200이닝을 던졌던 건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에 대해 "그때는 팀의 1,2선발이라면 '내가 나가면 경기를 끝낸다'는 생각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KBO리그 초창기는 마운드의 분업화란 게 없었다. 또 선발 등판 간격을 요즘 처럼 4~5일로 지켜주는 게 없었다. 그러다보니 2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가 한 시즌에 최대 6명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토종 선수 중 200이닝 기록은 가뭄에 콩 나듯 하고 있다.

정민철 위원은 "요즘 선수들이 투구수에 대해 너무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투구수가 조금만 많아도 겁을 먹는다. 좀더 욕심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