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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야구는 '벼랑 끝'에서 벗어났다.
선수 선발부터 그랬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회와 국가대표 코칭스태프는 두 가지 기준으로 대표팀을 선발했다.
'가능한 많은 병역 미필자를 데려가겠다'는 첫번째 기준과 함께 '병역혜택을 받은 잔부상이 많은 스타급 선수를 최대한 제외하겠다'는 목표가 뚜렷했다. 24명의 선수 중 13명이 병역 미필자였다.
나지완은 부상 속에서도 대표팀에 끝까지 남아있었다. 병역미필 투수진을 배려하기 위해 11명을 뽑았고, 결국 야수진의 엔트리가 줄어들었다.
당시 이같은 최종엔트리를 놓고 '준결승과 결승에서 1~2점 차를 이겨낼 수 있는 공수의 옵션이 많이 줄어든다'는 비판이 있었다.
게다가 상황도 좋지 않았다. 국제경쟁력이 야구붐의 도화선이 됐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두 차례 WBC의 준우승과 베이징올림픽의 금메달로 '국내야구의 수준은 높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하지만 2013 WBC 예선탈락과 9, 10구단 창단으로 인해 질적 수준의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던 시점이었다. 여기에 아시안게임에 대표팀 1진이 나오지 않는 일본과 대만. 상대적으로 야구 금메달은 '쉽다'는 인식도 있었다.
이런 불리한 배경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최강팀'을 꾸려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았다. 물론 일각에서는 "대표팀 세대교체와 신예들의 병역혜택으로 인한 리그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고려하기에는 현 시점에서 처한 한국야구의 배경이 만만치 않았다. 결과적으로 '성공'했지만, 위험스러운 선택이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지만, 배려의 엔트리 때문에 '병역혜택'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늘어났던 게 사실이다. 지나간 일이지만, '교훈'은 온전히 도출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래야 한국야구의 발전이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이 끝난 뒤 '프리미어 12'가 열린다. 세계랭킹 12위 안의 국가만 출전하는 새로운 형식의 국가 대항전이다. 11월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리는 개막전에서 일본과 경기를 한다. 일정이 매우 빡빡하다.
더욱 큰 문제가 있다. 선수 선발이 어떻게 될 지 모른다. 논란이 있었던 국가대표 수장은 김인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로 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이 과정에서 비판했다. 그는 올 시즌 한화를 이끌면서 극찬과 비판의 경계에 서 있다.
하지만, 그가 야구계 전반에 관해 하는 '쓴소리'는 새겨야 할 부분이 많다. 특히 장기적인 야구 발전에 관한 발언은 매우 과감하면서도 논리적이다.
그는 '프리미어 12'에 대해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김인식 감독이 짊어질 부담이 너무 많다"고 했다. 실제 그렇다.
지난 아시안게임, 아니 몇 년전부터 꼬인 실타래가 풀리지 않고 있다. 가장 핵심적 문제는 '병역 혜택 선수의 국제대회 참가 의무화'였다. 늦어도 지난 2014 아시안게임 이전에는 논의, 결정되었어야 할 부분이었다.
다행히 KBO 이사회에서는 올해 '병역혜택을 받은 선수는 5년간 국제대회 참가 의무가 있다'는 조항을 만들었다. 많이 늦었지만, 이 부분은 긍정적이다.(해외파들에게는 이 조항이 통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참가 의무가 있다는 조항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향후 대표팀 구성의 효율성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후년까지 병역혜택이 걸린 대회가 없다. '프리미어 12'는 선수들에게 별다른 실질적 이득을 주지 않는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 한껏 뒤틀려버린 '대표팀 선발 논란'은 '프리미어 12'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으로 선수수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때문에 뛰어난 FA의 몸값은 천문학적을 오르고 있다. 당연히 FA 경계선이 있는 선수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대표팀을 보이지 않게 외면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그들을 탓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물론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대표팀을 구성할 수도 있다. 올해 제정한 '병역혜택을 받은 선수들의 5년간 국제대회 참가의무'는 지난 아시안게임 병역혜택 선수들에게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군 면제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KBO의 노력과 여론의 부담 등을 고려하면 그들이 주축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현 시점에서 베스트 시나리오다.
그러나, 그들이 참가한다고 해도 '최강팀'은 꾸려지지 않는다. 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전력을 꾸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천 아시안게임의 올바른 교훈과 야신의 쓴 소리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한국야구의 국제경쟁력은 수시로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거기에 대한 대표팀 시스템은 아직 많이 미흡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좀 더 공고하고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한 시점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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