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사라진 FA' 송은범, 올해 복귀 쉽지않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6-25 09:46


이제는 '희망고문'을 끝낼 때다. '금세 돌아오겠지', '다음에는 잘 하겠지'와 같은 현실성 없는 희망은 더 이상 갖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차라리 내년 시즌을 기다려보는 게 오히려 더 효율적이다. 올해 한화 이글스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 '사라진 FA투수' 송은범은 지금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준비하는 '기약없는 트레이닝' 중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송은범은)지금 스프링캠프에 있다고 보면된다"고까지 표현했다. 시즌이 반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다. 그런데 '제로베이스에서 출발'이라는 건 최악의 경우 올해는 포기했다는 뜻으로까지 해석할 수 있다.


2015 KBO리그 롯데자이언츠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31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 송은범이 롯데 4회말 2사후 황재균에게 솔포홈런을 허용하고 있다.
울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5.31/
그 동안 송은범에 관해 나왔던 발언 중에서 가장 절망적이다. 김 감독은 2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넥센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던 중 송은범의 복귀 시기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지금으로서는 복귀 시기를 말할 수 없다.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단계다. 혼자서 캠프를 치르고 있다"고 답했다. 2군 경기에조차 나서지 않고, 아예 투구폼부터 전부 뜯어고치고 있다는 것. 심지어 새로운 구종을 장착하라는 숙제도 내줬다. 이건 흔히 스프링캠프 초반에 투수들이 거치는 단계다. 그만큼 송은범이 준비가 안 됐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송은범이 올해 최악의 부진을 겪었던 이유에 대해 "모든 게 다 안되어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모든 것'에는 기술적인 요소와 정신적인 요소가 전부 포함된다.

기술적으로는 단조로운 레퍼토리에 따른 경기 운용미숙, 그리고 피니시 동작 때 팔스윙을 마지막까지 빠르게 하지 못하는 점 등이 지적됐다. 투구 레퍼토리가 단조롭다보니 상대 타자들에게 쉽게 패턴을 읽히고, 또 공을 던질 때 폼이 무뎌지기 때문에 구위도 떨어진다는 지적. 레퍼토리가 읽힌 상황에서 구위마저 타자를 압도하지 못한다면 결국은 '배팅볼 투수'밖에 될 수 없다.

이와 함께 정신적인 문제도 지적됐다. 김 감독은 이미 올해 송은범이 부진할 때마다 수시로 '정신 자세'에 대한 지적을 한 바 있다. 2군에 내려가기 전 마지막 1군 등판이었던 지난 6일 대전 kt 위즈전 때 불과 1⅔이닝만에 6안타 1볼넷으로 3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송은범에 대해 당시 김 감독은 "마운드 위에서 싸우려고 하지 않는다. 투쟁심이 전혀 없다"며 강한 어조로 질책했다. 그리고 송은범은 다음날 곧바로 2군행을 통보받았다.

결국 이 두 가지 차원의 문제를 뜯어고치기 전까지는 1군 무대에서 활용할 수 없다는 게 김 감독의 결론이다. 또한 송은범이 현재 '기약없는 트레이닝'을 치르고 있는 배경 요인이다. 아무리 지금의 모습이 형편없다고 해도, 송은범은 분명 팀의 기둥이 될 만한 재능이 있는 투수다. 게다가 34억원이나 주고 영입한 투수를 그냥 버릴 수도 없다. 그래서 일단 현재의 손해는 감수하고서라도 미래를 위한 재개발에 들어간 형태라고 보면 될 듯 하다.

솔루션도 명확히 만들어놨다. 일단은 전담 코치가 붙었다. 현역시절 '제구력의 달인'으로 불렸던 프랜차이즈 레전드 출신 이상군 코치가 송은범을 맡았다. 투구폼의 개조와 더불어 슬라이더를 업그레이드 하는 중. 슬라이더는 원래 송은범의 주무기였다. 그러나 좀 더 강한 위력을 낼 수 있도록 이 코치에게 다시 배우고 있다. 신구종 개발도 함께 진행 중이다. 김성근 감독은 "포크볼 같은 떨어지는 구종을 하나 만들어두라고 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정신적인 재무장이 필수다. 김 감독은 "어떻게든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본인이 스스로를 묶고 있다. 한화에 와서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강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술적인 면과 정신적 부분의 동시 개조.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다. 올해 송은범을 1군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이유다. '사라진 FA' 송은범의 현재 상황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