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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외국인 투수 켈리는 최근 5경기에서 1승4패, 평균자책점 9.00의 부진을 보였다. 23일 잠실 두산전에서 투구를 하고 있는 켈리.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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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인 난국인데,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SK 와이번스가 마침내 승률 5할선이 무너졌다. 23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1대10으로 대패를 당한 SK는 32승33패1무로 승률이 5할 밑으로 떨어졌다. SK가 올시즌 승률 5할 미만을 기록한 것은 지난 4월 4일 이후 80일 만이다. 5월 중순까지만 해도 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와 선두권을 형성했던 SK의 추락이 6월 들어 속도가 붙은 형국이다. 모든 면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이다. "정우람 말고는 믿을 선수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타격코치를 바꿨음에도 타선의 분위기는 바뀌지 않고 있다. 정우람에게 마무리를 맡기는 대신 윤길현을 셋업맨으로 돌렸지만, 불펜 난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SK의 추락에 대해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이날 두산전에 간판타자 최 정이 복귀해 4타수 2안타를 쳤지만, 타선의 힘을 되살리는데는 부족했다. 외국인 타자 앤드류 브라운이 4회초 좌월 솔로홈런을 쳐 그나마 영봉패를 면했다. 사실 브라운도 썩 두려운 존재가 되지 못한다. 홈런 17개 가운데 솔로포가 10개나 되고, 득점권 타율은 2할6리에 불과하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날 두산전에 선발등판한 켈리는 3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9안타를 맞고 5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두산의 새 외국인 타자 로메로에게는 3회초 145㎞짜리 직구를 한복판으로 꽂다 좌월 120m 대형 홈런을 얻어맞기도 했다. 선발이 초반 5점이나 준 상황에서 SK로서는 반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켈리의 부진이 심각한 것은 그래도 강점이라고 봤던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켈리가 부진에 빠진 것은 손목 부상에서 돌아온 지난달 말부터다. 켈리는 지난 5월 15일 LG 트윈스전에서 6⅔이닝 동안 4안타 2실점의 호투로 승리투수가 된 후 다음 등판을 위한 불펜피칭을 하다 오른쪽 손목 염증이 발견돼 약 2주간 휴식을 취했다.
이후 5월 29일 인천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 등판했는데, 이때는 왼쪽 종아리 근육통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당시 5⅔이닝 동안 11안타를 허용하고 8점을 주며 패전을 안았다. 이어 지난 4일 kt 위즈전에서 4이닝 12안타 6실점, 10일 NC 다이노스전 6이닝 7안타 4실점으로 부진이 계속됐고, 지난 17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5⅓이닝 3안타 2실점으로 모처럼 승리를 거뒀지만 23일 두산을 상대로 또다시 난조를 보이고 말았다.
부상 복귀 후 등판한 5경기에서 1승4패, 평균자책점 9.00, 피안타율 3할7푼8리를 기록했다. 켈리는 그 이전 7경기에서는 2승1패, 평균자책점 2.98, 피안타율 2할2푼5리를 올리며 김광현과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켈리는 전지훈련과 시범경기에서도 호평을 받은 기대주였다. 최고 150㎞에 이르는 빠른 공과 다양한 변화구, 안정된 제구력, 침착한 성격 등 선발투수로서 갖춰야 할 자질들을 고루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시즌 들어서도 우천으로 인해 등판이 불규칙했음에도 자신의 구위를 잃지 않고 안정감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제는 한번 켈리의 진짜 실력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한 달간 계속된 부진의 원인이 부상 때문인지, 아니면 심각한 구위 저하 때문인지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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