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마무리는 아니니까요. 다들 기대하지 않아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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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민은 1군에 올라오자마자, 김진성의 공백으로 마무리의 중책을 맡았다. 4월 22일 1군에 올라와 중간계투로 3경기에 등판하고, 곧장 클로저가 됐다. 팀 입장에선 필승조로 뛴 경험이 있는 임창민이 김진성을 대체할 최선의 선택이었다.
사실 임창민은 스프링캠프 때 선발 전환을 준비했다. 하지만 지독한 감기몸살에 컨디션 저하로 캠프를 완주하지 못하고 중도귀국했다. 하지만 이는 전화위복이 됐다. 차근차근 시즌을 준비했고, 다소 늦었지만 좋은 구위로 1군에 돌아올 수 있었다.
임창민의 1군행은 우연한 기회에 이뤄졌다. 당시 그는 2군에서도 들쭉날쭉한 피칭으로 고전했다. 그런데 어느 날, 임창민의 머리에 강한 충격을 준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 바로 한신 타이거즈의 마무리투수 오승환이었다.
임창민은 "1군에 올라가기 전, 오승환 선수의 열애설이 터졌다. 어떤 기사였는지 모르겠는데, 기사 안에 포함된 투구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공을 던질 때 허리는 고정돼 있고, 상체가 최대한 늦게 나가더라. 내가 원하는 폼이었다.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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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민은 어느새 9세이브로 세이브 공동 4위에 올라있다. '임시 마무리'인데도 SK 윤길현, 삼성 임창용, 넥센 손승락에 이어 단시간에 세이브 상위권으로 올라왔다.
새로운 보직, 중압감이 느껴질 법하지만 부담은 없었다. 그는 "마무리를 해보니까 참 좋은 보직인 것 같다. 마무리는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고 나오는 일이 많다. 점수차는 적어도 흐름이 넘어간 상황이 많지 않나. 팀에서 가장 고생하는 건 중간계투다. 마무리와 달리, 언제 나갈지 모르니 항상 준비해야 한다"며 마무리가 보다 편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난 모두가 기대하지 않은 투수였기 때문에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중간이나 마무리나 부담은 되지 않는다. 마무리로 처음 나간 날은 6개월만에 타이트한 상황이라 조금 긴장이 됐는데 운이 좋았다"며 웃었다.
하지만 임창민은 아직 자신이 마무리투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진성의 빈 자리를 채울 뿐, 팀을 위해 자신의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팀 입장에선 내가 중간으로 가는 게 맞다. 진성이보다 내가 몸이 훨씬 빨리 풀리고, 불펜에서 많이 뛰었으니 현재 상황에서 내가 중간계투에 가장 적합한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상대팀 감독들도 임창민에 대해 "볼끝이 좋다", "좋은 투수"라며 칭찬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말 트레이드돼 NC 불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된 임창민, 그는 마무리에 대한 좋은 기억을 안고 다시 자기 위치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임창민은 "내가 마무리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도 심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어느 위치에서든 공을 던지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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