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보탬이 된다면 뭐든 하겠다. 자부심(pride)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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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관계자는 "홈런을 친 것 때문만은 아니다. 스윙이 상당히 괜찮다는 평가였다. 연습 타격 때도 의식적으로 센터에서 우측으로 밀어치려고 하는 모습이 나왔다"고 폭스를 조기에 1군에 합류시킨 이유를 밝혔다. 김 감독 역시 폭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날 "(경기 장면을) 비디오로 봐야겠다"고 했던 김 감독은 이날 "비디오를 보기도 전에 자기가 먼저 나타나더라"며 껄껄 웃었다. 그리고는 "폭스가 숙소 방에 찾아와 직접 열심히 하겠다고 하더라.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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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폭스는 자신이 여러 수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 관한 자부심을 밝혔다. 사실 폭스는 포수로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 지명됐지만, 이후 외야수나 내야수까지 폭넓게 나섰다. 스스로 택했다기보다는 소속팀 사정에 의해 바뀐 셈이다. 그러나 폭스는 "포수로 데뷔하긴 했지만, 여러 포지션을 해봤다. 그런 점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자부심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팀의 승리다. 거기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어떤 위치라도 팀이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폭스의 좌익수 수비는 나쁘지 않았다. 특히 4회말 1사 1루 때 이명기의 짧은 타구를 전력 질주로 달려와 잡아내기도 했다. 유격수 강경학과 충돌할 위기가 있었지만, 유연하게 피하며 공을 잡은 뒤 오히려 강경학이 괜찮은 지 묻는 여유도 보였다.
6번 타자로서의 폭스는 호쾌한 장타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대신 확실한 '출루 본능'을 과시했다. 이날 무려 4번이나 출루에 성공했기 때문. 2회 첫타석에서는 볼넷, 3회에는 내야 땅볼을 치고 수비 실책으로 살아나갔다. 5회에도 볼넷을 얻어냈다. 여이게 6-6이던 9회초 2사 2, 3루 때는 SK 배터리로부터 '고의 4구'를 얻어내기까지 했다. 이는 앞선 7회 타석에서의 인상적인 희생플라이 덕분이다. SK 배터리가 폭스의 일발장타 능력을 두려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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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의 희생플라이는 5-6으로 뒤진 7회초 1사 3루에서 나왔다. SK 문광은을 상대로 볼카운트 1B2S에서 5구째를 밀어쳤다. 허리가 빠진 채로 툭 밀었는데, 타구는 우측 워닝트랙 부근까지 날아갔다. 펀치력은 확실했다. 이 희생플라이로 한화는 경기 후반 귀중한 동점을 만들었다. 덕아웃에 돌아온 폭스는 동료들의 박수와 하이파이브 세례를 받았다. 팀에 합류한 지 하루밖에 안된 선수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미 폭스는 '팀 이글스'에 녹아들은 듯 하다.
하지만 포스의 동점 희생플라이는 결국 팀 승리로까지는 연결되지 못했다. 한화는 6-6이던 9회초 2사 만루 찬스를 놓친 뒤 곧바로 9회말 1사 1, 2루에서 마무리 권 혁이 이재원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는 바람에 6대7로 졌다.
그리고 폭스는 첫 경기를 치른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너무 의욕적으로 하다보면 일을 그르칠 수 있어서 최대한 끝까지 공을 보려고 했다. 팀이 져서 아쉽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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