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의 신인 엄상백(19)이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면서 첫 승을 거뒀다. kt 창단 후 첫 토종 선발투수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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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백은 이후 등판에서도 5이닝을 넘지 못했다. 지난 7일과 13일 한화 이글스전과 KIA 타이거즈전에서 각각 4⅓이닝 3실점, 4이닝 2실점(비자책). 여전히 신인투수에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성년의 날 하루 뒤인 19일, 엄상백은 꿈에 그리던 첫 승을 품에 안았다. 이날 엄상백은 최고 147㎞의 직구에 구속 변화가 확실한 체인지업을 앞세워 NC 타자들을 제압해갔다. 1회와 2회를 삼자범퇴로 마친 엄상백은 3회 1사 후 손시헌에게 우전안타, 김태군에게 중견수 키를 넘기는 적시 2루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하지만 박민우와 김종호를 범타로 잡아내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4회에는 1사 후 테임즈에게 우익수 오른쪽으로 향하는 2루타를 맞았지만, 이호준과 나성범을 각각 유격수 앞 땅볼, 유격수 뜬공으로 잡았다. 5회에는 선두타자 지석훈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손시헌을 2루수 앞 병살타로 잡았다. 6회를 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마친 엄상백은 타선의 지원으로 승리요건까지 갖출 수 있었다. kt는 4-1로 앞선 7회말부터 불펜진을 가동했다.
이날 엄상백의 첫 승은 주무기인 '체인지업' 덕분이었다. 직구 42개를 던지면서 체인지업 44개, 슬라이더 9개를 섞었다. 원래 투피치가 아님에도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NC 타자들을 요리했다. 전력분석팀, 포수 장성우와 합작한 상대 공략이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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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백은 덕수고 3학년 때 고교 최고 투수 유망주로 꼽혔다. 청룡기 MVP(최우수선수)와 우수투수상을 휩쓸었고,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한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도 MVP와 최우수투수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대한야구협회가 개최한 야구인의 밤에서 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엄상백은 kt가 애지중지하는 유망주다. 롯데로 트레이드된 박세웅(1일 NC전, 7이닝 2실점)과 좌완 정대현(16일 롯데전, 6이닝 4실점(2자책))에 이어 세 번째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록이 있었다. 바로 kt 토종 선발투수 중 창단 처음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을 누렸다. 'kt의 미래'임을 스스로 증명한 하루였다.
경기 후 엄상백은 "올해 1승을 할 것이라고 생각 못했는데 이렇게 빨리 승리를 거둘 줄 몰랐다. 토종 첫 선발승을 올려 기쁘다. 선발투수라기 보다는 첫 번째 투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날 엄상백이 주무기로 던진 체인지업은 스프링캠프 때 처음 배운 구종이었다. 선배 고영표에게 배워 초스피드로 습득했다. 엄상백은 "한 달 정도 연습했다. 시범경기 때도 안 던지고, 개막 후 2군에서 처음 던졌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0-1로 뒤지고 있을 때 팀이 2점을 내 이길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계속 4이닝 가량을 던져서 오늘도 4이닝 1실점을 목표로 올라갔다. 5회와 6회 때는 정말 세게 던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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