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도, 나도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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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스타일 자체를 바꾸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투구폼의 미세한 조정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아예 투구 스타일 자체를 뜯어고치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올해 사이드암 스타일로 변신해 좋은 구위를 보여주며 팀의 마무리까지 꿰찬 롯데 자이언츠 심수창을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심수창은 지금의 투구 스타일로 바꾸는 데 거의 1년 가까이 걸렸다. 원래 오버핸드 스로형 투수였지만, 지난해 2군에서 투구 스타일 변신을 서서히 준비한 뒤 10월 마무리캠프 때부터 본격적으로 투구 스타일 개조 작업에 들어갔다. 변신의 출발점을 지난해 10월이라고 봐도 최소 6개월 정도 투자를 한 셈이다.
하지만 정작 김 감독과 니시모토 타카시 투수코치(59)는 전혀 우려하지 않는 눈치다. 마일영이 새로운 투구 스타일로 충분히 좋은 경쟁력을 만들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 니시모토 코치는 "마일영의 투구 스타일 변화는 감독님의 아이디어셨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상당히 빠르게 적응했다. 원래 무기였던 투심 패스트볼이나 너클볼 등의 구위가 훨씬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니시모토 코치는 마일영이 투구 스타일을 바꾼 배경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KBO리그에는 실력이 뛰어난 왼손 타자들이 정말 많다. 이런 선수들을 이겨내려면 마일영에게 변화가 필요했다. 원래의 스타일로도 충분히 통한다면 왜 바꿨겠나. 타자들을 이겨내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에 변화를 준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마일영의 투구 스타일 변화는 개인의 경쟁력을 키워 팀에 보탬이 되도록 하려는 김 감독의 의중이 담긴 작품이었던 것.
그렇다면 마일영이 사이드암 스로 스타일로 변신하면 어떤 효과가 생기게 될까. 니시모토 코치는 "일단 몸에 가려진 채로 팔이 나오기 때문에 공이 안보이는 효과가 생긴다. 더불어 공의 각도 역시 왼손 타자들이 공략하기에 까다로워진다. 그래서 과연 실전에서는 어떨지가 기대된다. 감독님과 함께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투구 스타일로 거듭난 마일영의 위력은 뜻밖의 내야 실책으로 인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이날 1-4로 뒤진 6회말 2사 1루 때 SK 좌타자 이명기를 상대하기 위해 등판했는데, 유격수의 연속 실책이 나와 고개를 숙이고 만 것. 6회부터 1루수에서 유격수로 바뀐 권용관은 이명기가 볼카운트 3B1S에서 친 타구를 잡지 못하는 실책을 범했다.
이닝을 끝낼 기회를 실책 때문에 놓친 마일영은 후속 타자 박재상에게도 볼카운트 2B2S에서 유격수 쪽 땅볼을 이끌어냈다. 그런데 권용관이 베테랑답지 않게 이걸 또 놓쳤다. 결국 2명의 주자가 모두 홈에 들어왔고, 마일영은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이동걸로 교체됐다. 권용관의 연속 실책만 아니었다면, 좌타자를 상대를 위해 꺼낸 '사이드암' 마일영 카드는 성공할 수도 있었다. 앞으로도 마일영은 좌타자 상대용으로 자주 활용될 듯 하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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