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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운 감독 "수창아, 나 죽어도 너 안버린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5-20 07:57


롯데와 KIA의 2015 KBO 리그 주중 3연전 첫번째 경기가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롯데가 6대3으로 승리했다. 롯데 심수창이 이종운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5.19/

"수창아. 나 죽어도 너 안버린다."

롯데 자이언츠 심수창의 눈물 나는 야구 스토리가 최근 화제다. 잘생긴 외모와는 달리 확신을 주지 못했던 야구 실력. 여기에 개인 18연패 기록은 심수창을 따라다니는 꼬리표였다. '비운의 투수'로만 비춰지며 첫 팀 LG 트윈스에서 넥센 히어로즈로 트레이드 됐고, 2013년는 아예 출전 기록이 없었다. 그랬던 선수가 올시즌 롯데의 어엿한 마무리로 거듭났다. '땜빵 선발'로 시작해 이제는 부산팬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로 대변신을 했으니 한 편의 드라마다.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의 변신, 심수창의 엄청난 노력도 있었지만 선수를 위한 이종운 감독의 헌신도 있었다.

5선발로 괜찮은 공을 던졌다. 그런데 불펜이 엉망이었다. 이 감독은 심수창을 마무리로 돌리는 긴급 처방을 내렸다. "급하니 선수를 아무렇게나 막 쓴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하지만 프로 감독으로서 절대 부끄러운 결정이 아니었다. 이 감독은 "수창이의 포크볼을 믿었다. 다른 부분도 좋지만, 심수창의 포크볼이라면 경기 마지막 1이닝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그렇다고 심수창이 넙죽 마무리 보직을 받아든 건 아니다. 올시즌을 잘 마치면 FA 자격을 얻고, 선발이든 불펜이든 보직을 가릴 처지가 아닌 심수창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마무리 얘기가 나오자 심수창은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마무리는 리그에서도 최고의 구위를 가진 선수들만 맡을 수 있는 자리. 심수창 입장에서는 마무리 자리에 잘 정착하지 못한다면 어렵게 살린 야구 인생이 다시 혼돈에 빠질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 심수창은 13일 넥센 히어로즈전, 그리고 15일 kt 위즈전에서 두 경기 연속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나마 팀이 승리를 거둬 다행이었지, 심수창의 멘탈이 단 번에 망가질 뻔 했다. 심수창은 이종운 감독을 직접 찾아 심리적 압박감을 토로했다. "자신 없다"는 말을 했다.

이 감독의 한 마디가 심수창을 살렸다. 이 감독은 "너 야구 그만두려 했던 것 아니냐. 그랬던 네가 뭐가 두렵나. 나 너 절대 안버린다. 네가 상대에 얻어맞고, 우리가 경기를 져도 난 너 계속 마무리로 쓸거다. 진짜 누가 봐도 네가 마무리감이 아니다 싶다고 하면, 다시 선발로 야구하게 해주겠다. 내가 널 마무리로 돌려놓고, 안된다고 버리면 그건 내가 나쁜놈이다. 네 마지막일 수 있는 기회 절대 망치게 안한다"라고 했다.

기술적 조언도 잊지 않았다. kt전 9회말 2사 상황서 심수창은 장성우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당시 심수창은 직구를 던지다 장성우에게 우중간 적시타를 맞았다. 이 감독은 "그 때를 돌이켜보자. 성우는 직구를 잘 치고 변화구에 약한 타자 아니냐. 너는 정말 훌륭한 포크볼을 가진 투수다. 그런데 왜 자신있게 포크볼을 못던졌나. 뒷 상황을 걱정하지 말고 네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힘을 보여줘라. 자신있게 하다 맞고, 역전당하는 것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믿음을 줬다. 그렇게 심수창은 19일 부산 KIA 타이거즈전에서 깔끔한 세이브를 기록했다. 시즌 3번째 세이브. 2연속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투수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이 감독은 "지난해 3군 수석코치로 있을 때 수창이를 처음 봤다. 그 때 수창이는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했었고, 구단도 상반기 정리 선수 명단에 수창이를 올렸었다. 나는 수창이에게 '뭐라도 해보자'라며 변신을 독려했다. 그렇게 최근 좋은 효과를 내고 있는 사이드암 투구를 연마했다. 당시 투수파트를 맡고있던 이용호 코치와 수창이 변신의 성공을 확신했다. 밸런스가 정말 좋아짐을 느꼈다"고 했다. 심수창의 인생 역전은 사실상 지난해부터 이 감독과 함께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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