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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창아. 나 죽어도 너 안버린다."
그렇다고 심수창이 넙죽 마무리 보직을 받아든 건 아니다. 올시즌을 잘 마치면 FA 자격을 얻고, 선발이든 불펜이든 보직을 가릴 처지가 아닌 심수창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마무리 얘기가 나오자 심수창은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마무리는 리그에서도 최고의 구위를 가진 선수들만 맡을 수 있는 자리. 심수창 입장에서는 마무리 자리에 잘 정착하지 못한다면 어렵게 살린 야구 인생이 다시 혼돈에 빠질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 심수창은 13일 넥센 히어로즈전, 그리고 15일 kt 위즈전에서 두 경기 연속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나마 팀이 승리를 거둬 다행이었지, 심수창의 멘탈이 단 번에 망가질 뻔 했다. 심수창은 이종운 감독을 직접 찾아 심리적 압박감을 토로했다. "자신 없다"는 말을 했다.
이 감독의 한 마디가 심수창을 살렸다. 이 감독은 "너 야구 그만두려 했던 것 아니냐. 그랬던 네가 뭐가 두렵나. 나 너 절대 안버린다. 네가 상대에 얻어맞고, 우리가 경기를 져도 난 너 계속 마무리로 쓸거다. 진짜 누가 봐도 네가 마무리감이 아니다 싶다고 하면, 다시 선발로 야구하게 해주겠다. 내가 널 마무리로 돌려놓고, 안된다고 버리면 그건 내가 나쁜놈이다. 네 마지막일 수 있는 기회 절대 망치게 안한다"라고 했다.
기술적 조언도 잊지 않았다. kt전 9회말 2사 상황서 심수창은 장성우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당시 심수창은 직구를 던지다 장성우에게 우중간 적시타를 맞았다. 이 감독은 "그 때를 돌이켜보자. 성우는 직구를 잘 치고 변화구에 약한 타자 아니냐. 너는 정말 훌륭한 포크볼을 가진 투수다. 그런데 왜 자신있게 포크볼을 못던졌나. 뒷 상황을 걱정하지 말고 네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힘을 보여줘라. 자신있게 하다 맞고, 역전당하는 것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믿음을 줬다. 그렇게 심수창은 19일 부산 KIA 타이거즈전에서 깔끔한 세이브를 기록했다. 시즌 3번째 세이브. 2연속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투수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이 감독은 "지난해 3군 수석코치로 있을 때 수창이를 처음 봤다. 그 때 수창이는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했었고, 구단도 상반기 정리 선수 명단에 수창이를 올렸었다. 나는 수창이에게 '뭐라도 해보자'라며 변신을 독려했다. 그렇게 최근 좋은 효과를 내고 있는 사이드암 투구를 연마했다. 당시 투수파트를 맡고있던 이용호 코치와 수창이 변신의 성공을 확신했다. 밸런스가 정말 좋아짐을 느꼈다"고 했다. 심수창의 인생 역전은 사실상 지난해부터 이 감독과 함께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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