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양상문이 돌아온 LG 임지섭의 볼넷에 내린 처방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5-05-18 08:52


양 감독은 임지섭에게 간단명료한 조언을 했다. "네 공은 누구도 치기 어렵다. 자신을 갖고 스트라이크를 던져라. 할 수 있다면 네 공을 네가 직접 타석에 들어가서 직접 보여주고 싶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17일 잠실구장 불펜에서 좌완 루키 임지섭(20)의 불펜 투구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임지섭은 지난 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가 17일 팀에 새로 합류했다. 오는 주중 넥센과의 3연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임지섭은 2군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다시 밸런스를 가다듬었다. 그는 양상문 감독이 LG의 미래 선발이라고 찍은 최고의 기대주다. 향후 15년을 책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네 공을 너에게 타석에서 보여주고 싶다

임지섭의 불펜 투구는 한마디로 환상적이었다. 공끝의 힘이 10m 이상 떨어져 있는데도 느껴질 정도였다. 바로 옆에서 지켜본 LG 관계자는 혀를 내둘렀다. "방망이를 들고 서 있기가 무섭다."

전문가들은 임지섭의 구위는 이미 검증이 됐다고 보고 있다. 프로 2년차인 그는 2015시즌 1군에서 7차례(1승2패) 선발 등판해 30⅓이닝 동안 삼진을 34개나 빼앗았다. 강타자들이 수두룩한 삼성(4월 4일)을 상대로 7이닝 무안타 5볼넷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 임지섭의 최대 불안 요소는 볼넷이다. 탈삼진수에 거의 맞먹은 30볼넷을 내줬다. 이닝당 한개꼴로 볼넷으로 타자를 내보냈다.

양 감독은 임지섭에게 간단명료한 조언을 했다. "네 공은 누구도 치기 어렵다. 자신을 갖고 스트라이크를 던져라. 할 수 있다면 네 공을 네가 직접 타석에 들어가서 직접 보여주고 싶다."

올해 임지섭의 직구는 평균 140㎞대 후반을 찍고 있다. 그를 상대해본 타자들은 종속과 회전이 좋아 한 가운데로 몰리지 않으면 알면서도 정확하게 맞히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임지섭은 힘있는 직구 하나만으로도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투수다. 그런데 자신의 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유인구로 변화구를 섞다보면 스스로 볼카운트가 불리해지기 일쑤였다. 볼넷이 많아지면 투구수가 금방 쌓이고 많은 이닝을 버틸 수가 없었다.


양상문 감독(왼쪽)이 김정민 배터리 코치와 투수들의 불펜 피칭을 지켜보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시행착오, 감내해야 한다

양상문 감독은 "A급 선발 투수 한 명을 키워내는 게 간단하지 않다. 임지섭은 어떻게든 만들어야 내야 한다. 올해 보다 내년이 더 중요하다. 내년을 위해서라도 올해 이런 식으로 조금 부족하더라도 계속 기회를 주면서 끌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LG는 5월 초반 연패로 승률 5할을 밑돌고 있다. 양 감독은 속이 타지만 겉으로 초조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쓴다.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동력인 임지섭 같은 가능성을 보여준 젊은 인재들을 키우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양상문 감독은 2000년대 초중반 롯데 사령탑 시절 어린 장원준에게 수많은 기회를 주었다. 장원준은 승수 보다 많은 패배를 맞본 후 입단 5년차인 2008시즌에 처음 10승 투수 대열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해말 FA 대박(84억원)을 터트리면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양 감독은 투수 조련에 있어 뚝심을 갖고 있다. 그는 임지섭의 경우 장원준 보다 구위가 뛰어나다고 보고 있다. 또 성장 속도를 장원준 때보다 앞당기려고 한다. 임지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류택현 코치의 전담 지도를 받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투구폼에선 불필요한 동작을 거의 다 떼어냈다.

전문가들은 임지섭이 선발 로테이션에 정착해 10승 투수가 되기 위해선 자신의 공에 대한 확신을 갖는게 첫번째 관문이라고 보고 있다. 또 그를 편안하게 이끌어줄 베테랑 포수와의 호흡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