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가 없던' 박명환 노력으로 이뤄낸 1789일만에 승리

박명환은 'FA 먹튀' 하면 떠오르는 몇몇 선수 중 한명이다. 그러나 이젠 '투지', '노력'의 아이콘으로 인식될 것 같다.

박명환은 2000년대 초반을 호령한 통산 102승의 KBO리그 대표 우완투수였다. 1996년 OB(현 두산)에 프로에 데뷔해 팀의 에이스로 통산 88승(74패) 9세이브, 평균자책점 3.57을 기록했고 지난 2006시즌이 끝난 뒤 FA로 두산에서 LG로 4년간 최대 40억원의 당시 투수 FA 최고액 계약을 했었다. 하지만 이후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후 2010년까지 4년간 총 51경기에 등판해 14승16패 평균자책점 4.79에 그쳤다. 2011시즌엔 연봉이 FA로 받았던 5억원에서 무려 90%나 깎인 5000만원이 되기도 했다.

결국 2012시즌이 끝난 뒤 쓸쓸히 방출당했다.

그의 선수 생활이 끝났다고 모두가 생각했지만 그는 재기를 위해 노력했다. 1년간 무적 선수로 지냈지만 운동을 꾸준히 했고, 결국 지난해 테스트를 받고 옛 스승인 김경문 감독의 NC에 입단했다. 1군에 올라올 수 있을까 했지만 지난해 6월 4일 창원 넥센전서 1425일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주로 2군에 머물면서 5경기, 2패, 평균자책점 7.20에 그쳤다.

모두가 이제 진짜 끝났다는 생각을 할 때 그는 다시 칼을 갈았다. 열심히 훈련을 했고, NC의 선발투수로 돌아왔다. 지난 6일 창원 KIA 타이거즈전서 선발 등판한 박명환은 5이닝 동안 5안타 2실점의 좋은 모습을 보였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그리고 11일만에 다시 섰다. 이번엔 강타자가 즐비한 삼성 라이온즈였다. 그런 삼성을 상대로 통할까하는 의심은 곧 믿음으로 바뀌었다. 별 위기도 없이 6회까지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6이닝을 던지며 단 2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4사구도 하나 없었다.

예전처럼 150㎞로 윽박지르는 피칭은 아니었지만 최고 142㎞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와 함께 단단한 제구력으로 삼성 타자들의 혼을 뺐다. 몸쪽과 바깥쪽으로 제구가 된 공에 삼성 타자들이 제대로 정타를 때려내지 못했다.

1회말 2사후 채태인에게 안타를 맞은 뒤 4회 2사후 최형우에게 안타를 내줄때까지 9명 연속 범타처리했고, 이후 6회까지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6회까지 78개의 공을 던져 완투도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NC 김경문 감독은 더이상 무리시키지 않고 박명환을 쉬게해줬다.

이어나온 임정호 이민호 임창민이 승리를 끝까지 지켰고, 그는 102승을 거둔 지난 2010년 6월 23일 인천 SK전(5이닝 1실점) 이후 무려 1789일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삼성전 승리는 지난 2007년 5월 19일 대구에서 승리한 이후 무려 2920일만이다.
대구=권인하 기자 [e-mail]

NC 박명환 최문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