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기다리고 있다."
동료 선수들도, '야신'도, 심지어 팬들까지도. 그의 복귀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점점 '레드존'으로 치닫고 있는 한화 이글스 불펜 부하 누적 현상의 유일한 해법. '더 솔루션(The Solution)' 윤규진이 마운드 복귀를 위해 페이스를 바짝 끌어올렸다. 또 한번의 불펜 피칭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복귀 임박'을 예고했다.
이 모습을 지나가던 많은 동료들이 주의깊게 바라봤다. 선발 배영수는 불펜쪽에 한동안 앉아서 윤규진의 불펜 투구를 바라봤고, 외야에서 러닝을 마친 권 혁은 불펜을 지나치며 "제발 빨리 좀 돌아와라"며 의미심장한 격려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한화 선수들이 오매불망 윤규진의 복귀를 기다리는 건 확실하다.
이는 김성근 감독(73)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윤규진의 이날 불펜 피칭에 대해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복귀를) 모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만큼 현재 한화에서 윤규진이 절실한 존재라는 뜻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한화는 개막 후부터 매경기 총력전 체제로 움직였다. 김 감독은 "우리에게는 내일이 없다. '하루살이'다. 오늘 하루, 한 경기에 전력을 쏟아부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팀의 시즌 초반 운용 전략을 설명한다. 이런 전략을 펼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시즌 초반 주요 선수들이 부상으로 팀에 합류하지 못했고, 선발진에도 구멍이 생긴 탓이다. 총력으로 버티지 못하면 아득한 바닥으로 추락할 수도 있었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이런 전략이 꽤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그 핵심은 바로 '정권 듀오'로 불리는 박정진-권 혁의 필승 불펜이 활약했기 때문. 이들은 팀이 앞서는 상황에서 어김없이 나왔다. 김 감독이 구위와 체력을 철저히 계산해 운용하고 있지만, 누적 경기와 이닝이 늘어날수록 피로가 쌓이는 걸 100% 피할 수는 없다. 피로가 쌓이면 구위도 떨어지게 마련이고, 원치 않는 결과도 나타난다. 지난 9일 잠실 두산전에서의 역전 끝내기 패배가 좋은 본보기다.
그래서 반드시 윤규진의 복귀가 절실하다. 사실 윤규진은 원래 김 감독이 정해 둔 팀의 필승 마무리 투수다. 말하자면 지금 권 혁이 하고 있는 역할은 원래 윤규진의 몫이었다. 윤규진은 시즌 초반 5경기에서 1승2세이브, 평균자책점 1.00을 기록하며 감독의 구상에 정확히 부합하는 역할을 해냈다.
그러다 어깨 통증이 생기는 바람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박정진-권 혁'의 필승조는 이렇게 윤규진이 이탈하며 등장한 조합이다. 윤규진이 돌아오면 '정권 듀오'의 운영방식은 당연히 달라질 것이고, 과부하 현상도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 이기는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날 불펜피칭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윤규진의 복귀는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윤규진은 "지금 (어깨)상태는 매우 좋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복귀하고 싶지만, 꾹 참고 신중하게 더 좋은 상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5월 중순 복귀도 가능할 전망이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