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다." 모든 걸 내려 놓은 그는 짧은 한마디에 만감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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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환은 또다시 이를 악물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김경문 감독조차 "명환이가 마무리 훈련 때부터 정말 열심히 했다. 잘 던졌으면 한다. 오랜만에 나가는데 던지고 웃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온 선발 기회. 사실 김 감독은 2군에서 박명환을 4일 휴식 후 5일째 등판하는 1군 선발 로테이션에 맞게 등판시키며 1군 복귀를 준비시켜왔다. 그 역시 조급해 하지 않고 차근차근 1군 등판을 기다렸다.
이내 그는 "예전엔 내가 주연이었지만, 이젠 주연보다는 조연으로 뛰어야 한다. 사실 그걸 받아들이는 게 솔직히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통산 102승을 올린 에이스였지만, 어느새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자리에서 2군에서 1군 복귀를 준비하는 '노장'이 돼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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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타선이 뒤늦게 폭발해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김경문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수고했다"며 제자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박명환은 "감독님께는 처음 칭찬을 받았다"며 미소지었다. 두산 시절에도 감독과 선수로 함께 했지만,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칭찬을 받은 것이다. 평소 칭찬에 인색한 김 감독지만, 오랜 인고의 시간을 보낸 박명환에게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때는 무슨 생각이 났을까. 그는 "오랜 시간 부상에 시달렸는데 고생한 가족들, 와이프와 딸들이 생각나더라. 와이프가 경기를 보고 '남편 멋있다'는 보냈는데, 같이 마음고생한 걸 생각하면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고 했다.
이젠 조연이다. 대신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었다. 박명환은 "우리나라도 이제 트레이닝파트가 발달돼 (손)민한이형과 내 나이까지 오래 선수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올해는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