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이 '코리안 드림'인 선수들도 있지만, 반대로 악용하는 선수들도 있다.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더이상 '호구'가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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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현역 사령탑 중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다음으로 경험이 많은 사령탑이다. 김 감독은 두산과 NC를 거치면서 수십명의 외국인 선수들을 봐왔다. 그 역시 "지나고 보면 정말 고마운 선수들도 있는 반면, 선수 한 명 때문에 팀이 흔들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일단 그는 외국인 선수 퇴출이 비용과 시간의 낭비로 이어진다며 '문제'라고 지적했다. 퇴출을 결정한 뒤, 곧바로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리스트에 있는 외국인 선수들을 점검하고 의사를 타진해 영입이 가능한 선수를 추리는데 몇 주가 걸린다. 여기에 선수는 물론, 기존 소속팀에 바이아웃(이적료) 금액을 지불하는 협상을 해야 한다. 계약이 마무리되고 비자 취득 절차까지 마치면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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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감독들은 외국인 선수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배려해준다. 또 구단과 다른 선수들이 얼마나 잘 해주나. 그런데 선수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면서 팀을 흔드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요즘 젊은 감독들이 외국인선수에게 휘둘릴 것 같나. 전혀 안 당한다"고 했다.
베테랑 사령탑이나 젊은 감독이나 아무리 팀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해도 외국인 선수들에게 쩔쩔 매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와 환경을 악용하는 선수들이 매년 나오고 있다. 퇴출은 매년 있는 일이다. 그만큼 한국프로야구도 '낭비'를 계속 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제도는 10개 구단 모두에게 '난제'다. 매년 구단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지만, 구단별로 처한 상황이 다 달라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계약시 '갑'이 되는 선수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항을 당당히 요구한다. 현 제도에서 허용되지 않는 '다년 계약'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일본처럼 2군에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을 푸는 '육성형 용병' 제도 도입 얘기가 나왔을 때에도 돈 많은 구단들이 기존 선수들 수준의 연봉을 지불하고 대체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는 우려에 무산됐다. 부자 구단은 1군 외국인 선수 3명과 최대한 비슷한 수준의 선수들로 2군에 대체자원을 영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획기적인 제도 개혁이 불가능하다면, 시장 질서를 바로 잡는 일이라도 해야 한다. 퇴출한 외국인 선수에게 귀책 사유가 있다면 잔여연봉을 보전해주지 않는다거나, 출전이나 기록에 보다 많은 옵션 조항을 거는 식으로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일부 구단이 급하다고 선수들에게 자꾸 '당근'만 제시하는 현재 분위기로는 더이상 안된다. 구단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더이상 한국야구가 '호구' 잡히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