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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린드블럼을 바꾸는 타이밍이 안좋았지요. 현장의 어느 감독이나 다 같은 생각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잘 던지던 린드블럼이 선두타자를 상대로 볼넷을 허용했다. 당시 투구수 109개. 상승 분위기의 롯데였기에 이종운 감독은 불펜진이 4점의 리드는 충분히 지켜줄 것이라 예상하고 린드블럼을 내렸다. 그리고 악몽이 시작됐다.
그 다음 린드블럼의 선발 등판. 24일 삼성 라이온즈전 린드블럼은 3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투구수가 124개에 달했지만 이 감독은 투수를 바꾸지 않았다. 5-2 리드에서 8회초 삼성이 린드블럼을 상대로 1점을 추가했기에 불펜 가동을 생각해볼 수도 있었지만 이 감독은 그대로 밀고 나갔다.
그렇게 이 감독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배움을 얻었다. 그리고 삼성전 린드블럼의 완투승을 만들어냈다. 불펜을 못믿어서가 아니다. 아니, 솔직히 믿지 못한다고 해도 감독은 어떻게든 경기를 이기는 방향으로 팀을 이끌어야 한다. 두산전 학습효과가 매우 컸다.
그 효과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듯 하다. 이 감독은 30일 넥센 히어로즈전 린드블럼에 이어 심수창 마무리 카드를 꺼내들었다. 심수창이 뒷 3이닝을 책임지며 4대2 승리를 지켰다. 심수창은 29일 선발 등판 예정이었는데 비로 인해 이 경기가 취소돼 선발 등판이 밀렸다. 사실 이 감독은 30일 경기 심수창을 낼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1일부터 시작되는 한화 이글스와의 3연전에 린드블럼-송승준-레일리를 모두 투입시킬 수 있었다. 악연이 있는 한화전 제대로 힘을 보여줄 수 있었다. 하지만 30일 넥센전 린드블럼을 예정대로 투입했다.
처음에는 심수창을 믿지 못해 이런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심수창 히든카드를 숨겨놓고 있었다. 불펜이 불안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길 수 있는 현실적인 묘수를 찾은 것이다. 심수창에게도 매우 좋은 기회였다. 하루 전 던지지 못해 잇지 못할 뻔 했던 투구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화와의 3연전 어정쩡하게 투입됐다가는 다음 선발 등판 일정이 완전히 꼬일 수 있었다. 넥센전 화끈한 투구를 하고 4일을 쉬면 5일 경기 선발등판 하는데도 큰 지장이 없다. 많은 공을 던진 린드블럼이 하루 더 휴식을 취하고 6일 경기에 등판하면 된다.
이렇게 초보 이 감독은 경험을 쌓아가며 초보티를 떼어내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