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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경험이 부족한 막내팀이라고 하지만 납득이 가는 패배가 있고, 그렇지 않은 패배가 있다. kt 위즈가 정말 예상하기 힘든 경기력으로 궂은 날씨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을 실망시켰다.
보통 극도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한 팀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진다. kt는 창단 첫 승이라는 어려운 미션을 수행하고 연승까지 했다. 보통 팀이라면 자연스럽게 상승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 그 다음 경기 지더라도 더 끈질기고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는게 당연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kt는 두산전 11연패 과정보다 더 못한 경기를 했다. 그 때는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라도 느껴졌다. 하지만 두산전에서는 경기 초반 상대팀의 힘을 느끼더니, 맥없이 경기를 놔버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당연히 선발 정대현에 악영향이 미쳤다. 1, 2회 호투한 정대현은 답답한 타선 때문인지 3회부터 급격히 흔들렸다. 3회 2실점 하고 4회 선두 양의지에게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그렇게 점수차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경기 분위기는 두산쪽으로 흘렀다.
더 큰 문제는 승패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해야 하는 프로로서의 자세다. 아무리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더라도 프로라면 그라운드 위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kt 타자들은 경기 중후반 타석에서 의욕없이 방망이를 돌려 아웃됐다. 투수들도 홈런을 맞고싶어 맞는 것은 아니겠지만, 상대 백업 타자들(박건우-김진형-오재일-양종민)에게 홈런 4방을 내줬다. 아무나 쉽게 오를 수 없는 1군 무대. 그 소중함을 느끼며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수비도 마찬가지. 베테랑 이대형은 6-0이 된 5회초 1사 상황서 중견수 방면 플라이 타구를 잡아냈다. 3루주자는 발이 느린 양의지. 타구가 매우 얕았다. 승기가 상대에 넘어갔더라도 충분히 홈에 승부를 걸어볼만한 타구였다. 하지만 공을 잡은 이대형은 일찌감치 홈 송구를 포기하고 내야수에게 힘없이 중계 플레이를 했다. 공을 받은 내야수가 재빨리 홈에 공을 뿌려봤지만 양의지가 슬라이딩을 해 살았다. 본인의 어깨가 강하든, 약하든 이를 악물고 승부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2-17이던 9회초에도 투수 이성민이 투수 앞 땅볼 타구를 어이없는 2루 원바운드 송구로 연결해 추가점을 줬다. 상황 처리가 절대 어렵지 않았다. 불펜의 주축으로 던져야 할 투수의 집중력은 결코 아니었다.
분명 선배팀들에 비해 전력이 약하다. 때문에 더 많이 질 수 있다. 하지만 야구는 전력으로만 승부가 나는게 아니다. 전력이 약하면 악을 써서라도 더 강하고 끈질긴 모습을 보여야 하는게 맞다. 2연승 상승세에 그 모습을 기대했지만, kt 야구는 11연패 모드로 한 순간에 회귀해 있었다. 달콤한 2번의 승리는 일장춘몽이었단 말인가. 끝까지 비를 맞아가며 응원한 수원팬들이 경기 후 선수단을 향해 "괜찮아"를 외치는 모습이 더욱 처량하게 느껴졌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