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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경기를 뒤집은 강팀이 도대체 왜?'
일단 한화 김민우, 이동걸이 황재균을 4, 5회 연속 맞힌 것에 대해 빈볼인지, 아닌지에 대한 여부는 접어두자. 누가 봐도 빈볼이었다. 이게 빈볼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저 할 말이 없어질 뿐.
그렇다면 왜 한화가 빈볼을 선택했느냐는 것이다. 여러 이야기가 나왔는데, 결국 도루가 문제였다. 롯데는 6-0으로 앞서던 1회말 오승택이, 그리고 7-0 상황서 황재균이 도루를 감행했다. 실제 한화 선수들이 롯데 선수들에게 "왜 굳이 큰 점수차로 앞선 상황에서 도루를 하느냐"라는 얘기를 했다. 그 외 다른 어떤 상황도 롯데가 한화를 자극한 일은 없었다. 그저 야구를 열심히 해 점수차를 벌린 것 뿐이었다.
1회 도루를 해서 빈볼을 맞혔다 치자. 도루는 오승택과 황재균 두 사람이 했다. 하지만 한화는 노골적으로 황재균만 노렸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었다. 10일 3연전 첫 번째 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재균이 8-2로 앞서던 6회말 3루 도루에 성공했다. 이게 한화 선수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후문. 12일 경기 1회 7점차 도루로 결국 한화쪽이 폭발했다.
여기에 빈볼에도 암묵적 룰이 있다. 아무나 맞히지 않는다. 맞혔을 때 상대가 충격을 받고, 메시지가 전해지는 상징성 있는 선수를 선택한다. 롯데에는 황재균이 딱이었다. 1번타자로 시즌 초반 맹활약하고 있고 12일 경기에서도 얄밉게 야구를 잘했다. 롯데의 한 선수는 "우리 기를 꺾으려는 의도였다면 황재균 표적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③ 1회 도루가 죽을 죄?
문제는 이에 대한 한화쪽 얘기는 설득력이 없다는 점.
먼저 1회 도루에 대한 문제다. 아무리 점수차가 7점으로 벌어졌지만 1회일 뿐이다. 경기가 어떻게 뒤집어질지 모른다. 더군다는 한화는 이틀 전 2-8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보여준 강팀이었다. 이런 충격의 역전을 당한 팀이 경기 초반 점수차를 벌리고자 열심히 뛴게 잘못이라면 이는 한화쪽이 야구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저 점수차가 벌어지고 황재균이 야구를 잘하니 배가 아팠다는 설명밖에 안된다.
한화 선수들은 롯데 선수들에게 "점수차가 어느정도 벌어지면 도루 안하기로 하지 않았느냐"라는 얘기를 했다. 지난해 초 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점수차가 큰 상황에서의 도루 금지 룰을 암묵적으로 정한게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한화 선수들이 이 룰을 왜 어기느냐고 주장한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승부조작 논란으로 연결돼 없던 일이 됐다. 그 마저도 점수차가 큰 7~9회라는 조건이었다. 한화 선수들이 주장할 거리가 되지 못했다.
④ 빈볼 매너도 어긴 한화
롯데가 화가난 부분은 따로 있다. 야구를 하다보면 빈볼이 있을 수도 있다고 치자. 문제는 이 빈볼에도 매너가 있다는 것.
벤치클리어링은 5회 발생했지만 사실 분위기는 4회부터 좋지 않았다. 한화 신인투수 김민우가 황재균을 맞혔다. 공이 머리쪽으로 날아들었다. 매우 위험한 공. 이 공도 명백한 빈볼이었다. 황재균은 마운드에 있는 김민우에게 '모자를 벗고 사과하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김민우가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그렇게 일이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러더니 5회 이동걸이 황재균을 또 공격했다.
롯데는 "앞뒤 사정을 다 떠나 빈볼이 나올 수 있다고 치자. 첫 번째 빈볼로 충분히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었다. 그런데 1번도 모자라 2번이나 연속으로 맞히는건 도대체 무슨 경우냐"라며 분노했다. 이어 "엉덩이를 맞힌 이동걸의 2번째 사구 장면이 더 시끄러웠지만, 사실 김민우의 빈볼은 정말 위험했다. 공이 머리쪽으로 날아들었다. 큰 사고로 연결됐으면 어찌하려고 했느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⑤김태균은 왜 뺐나
한화의 빈볼 촌극 방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6회초 간판타자 김태균을 교체해버린 것. 한화는 "점수차가 벌어졌고, 경기가 후반으로 접어드는 시점이기에 선수 체력 안배 차원에서 교체했다"라고 주장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 경기를 지켜본 10명 중 9명이라면 김태균을 향해 날아올 보복 걱정으로 김태균을 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빈볼을 아무나 맞히지 않는다. 만약 롯데가 보복을 결심했다면, 한화의 타깃은 무조건 김태균이었을 상황이었고 한화도 이를 잘 알고있었다. 결국 맞힐 용기는 있으면서, 맞을 용기는 없는 꼴이 돼버렸다.
경기 종료 한참 후, 연결이 된 롯데 선수는 다른 걱정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선수는 "한화 동걸이가 2군에 가게 된다고 하면 그게 안타까울 것 같다"라고 했다. 이동걸은 황재균 빈볼 상황서 첫 2개의 공을 몸쪽으로 붙였지만 단 번에 맞히지 못했다. 그리고 세 번째 공을 엉덩이쪽으로 던졌다. 선수들이 보면 바로 감이 온다고 한다. 초구부터 사인이 나왔는데, 불안한 선수가 제대로 맞히지 못한 것이다. 일부러 맞히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이 선수는 "초구에 못맞혔기 때문에 감독 눈밖에 날 수도 있다"라고 했다. 김성근 감독이 SK 감독 시절 초구에 빈볼을 맞히지 못한 투수를 2군에 보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았다.
한화는 "감독님이 빈볼을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상황 설명을 했다. 하지만 롯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모든 정황상, 선수단 스스로 벌인 시나리오가 될 수 없다는게 롯데의 설명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