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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서 7번 우승 권 혁 "8번째 우승반지는 한화에서"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4-09 09:31 | 최종수정 2015-04-09 09:36


7일 LG 트윈스전에 등판해 역투를 펼친 한화 이글스 권 혁.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지난 오프시즌에 LA 다저스에서 샌디에이고로 이적한 맷 캠프는 7일(한국시각) 개막전을 위해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고 다저스타디움에 섰을 때 굉장히 낯설었다고 했다. 오랫동안 다저스의 간판 타자로 활약했던 그에게 안방과 같았던 다저스타디움의 원정팀 덕아웃이 굉장히 생경했을 것이다. 지난해 11월 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삼성 라이온즈에서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왼손 투수 권 혁(32)도 대구구장에 가면 비슷할 기분이 들 것 같다.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2002년 삼성에 입단해 13년을 뛰었다. 평생 '삼성 사람'으로 남을 줄 알았는데, 올해 그는 이글스 불펜의 키를 쥐고 있는 핵심 멤버다. 권 혁이 5회초 등판해 2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7일 LG 트윈스전에서 한화는 연장 11회말 끝내기 안타로 이겼고, 8회초 등판해 2점 홈런을 맞은 8일에는 2대3 역전패를 당했다. 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권 혁은 만난 한화 야구 얘기를 들어봤다.



"한화에 와 줘서 고맙다"

삼성 연고지역에서 태어나 자랐고, 라이온즈에서 13년을 지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말 4년 간 한화와 32억원에 계약한 후 곧바로 짐을 챙겼다. 당시 권 혁은 "김성근 감독님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했다. 열흘도 안 돼 부부와 정민(6), 윤수(4), 이렇게 가족 넷이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아파트로 이사했다. 그런데 한화로 둥지를 옮긴 후 아이가 셋이 됐다. 지난 1월 15일 스프링캠프로 출발했는데, 막내 도은이가 바로 다음날 세상에 나왔다.

열성 응원으로 이름난 대전 한화팬들. 한화 얘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는 게 관중 열기다.

권 혁은 "팬들이 기대를 하고 있는 걸 알고 있다.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이 많은 힘이 된다"고 했다. 가장 이상 깊었던 건 한 팬으로부터 "(한화에) 와 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다.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권 혁은 "나를 찾아 준 한화 구단과 한화 팬들 모두 고맙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시즌 후 김성근 감독을 영입한 한화는 권 혁과 배영수 송은범을 FA로 데려왔다. 2013년 말에 FA 정근우 이용규가 합류한데 이어 2년 연속으로 외부에서 전력을 보강했다.

올해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대대적인 투자와 김성근 감독의 지도력을 들어 4강 전력이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시즌 초반이지만 아직까지 한화는 강력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권 혁은 "전지훈련 때 부터 굉장히 힘들게 준비를 잘 했다. 아직 우리 팀은 100%가 아니다. 몸 상태가 최상이 아닌 선수도 있고, 돌아올 선수가 있다. 우리는 앞으로 더 좋아질 팀이다. 초반 성적을 가지고 평가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는 "한화가 최근 몇 년 간 성적이 안 좋았다고 올해도 낮게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 팀 선수들도 다른 팀 선수와 마찬가지로 학창시절에 모두 야구 잘 했던 선수다. 기술적으로는 차이가 없다. 분위기만 잘 잡아가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갈수록 좋아질 것이다"고 했다.


2일 두산 베에스전 6회초 마운드에 오른 한화 이글스 권 혁. 대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지옥훈련? 독이 아니라 도움이 된다.

새 팀, 새 지도자 아래에서 가장 달라진 게 엄청난 훈련량이다. 학창시절 이후 지난 겨울, 봄에 가장 많은 훈련을 한 것 같다고 했다. 권 혁은 "보통 스프링캠프 기간에 700~800개의 공을 던졌는데, 올해는 2000개 이상, 3배 넘게 던졌다"고 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해 밤늦게까지 야구에 매달렸다. 아무리 프로라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김성근식 훈련법'을 이전에도 들어봤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당혹스러웠을 것 같다. 그런데 권 혁은 몸이 피곤해도 금방 적응이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솔직히 힘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많은 훈련 속에서 자신감을 얻게 됐다. 야구는 반복 훈련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훈련이 나만의 것을 찾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사실 투수 FA가 거액을 챙기고 실망을 준 경우가 많았다. FA에 앞서 무리를 하게 되고 후유증이 나타나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구단이 외부에서 투수 FA 영입할 때 신중한 자세를 취할 때가 많다. 물론 권 혁도 이런 사례, 우려를 잘 알고 있다. 그는 "부상없이 정말 꾸준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3월 29일 넥센 히어로즈전에 나선 한하 이글스 권 혁의 투구 모습.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8번째 우승반지는 한화에서

프로선수 모두가 열망하는 게 최상의 조건, 고액 연봉이다. 그런데 하나 더 특별한 게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다. 최고의 개인 능력을 갖춘 선수라고 해도 우승 한 번 못 해보고 유니폼을 벗는 경우가 허다하다. 권 혁은 삼성 시절에 7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거실 장식장에 빛나고 있는 우승 반지 7개. 권 혁 야구인생의 소중한 결과물이다.

2000년대 최고의 팀 삼성에서 최근 몇 년 간 힘든 시간을 보낸 한화로 이적. 권 혁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다시 우승반지를 끼고 싶다. 한화에서 우승을 하면 의미가 더 특별할 것 같다"고 했다. 프로 14년차 베테랑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고, 어떤 타이밍에 나가게 될 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보통 정상급 중간투수는 한 시즌 70~80경기에 등판한다. 그런데 권 혁은 불펜투수는 사실살 전경기 등판이라고 했다. 그는 "중간 투수는 경기에 안 나가더라도 불펜에서 매일 대기하면서 공을 던진다. 마운드에 오르지 않는다고 해도 긴장감, 피로감은 똑같다. 매일 경기에 등판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144경기 전게임에 등판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집중하겠다"고 했다.

선발과 마무리에 비해 주목을 덜 받게 되는 중간투수. 불펜 투수가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김성근 감독은 권 혁에 대해 "투구폼을 조금 바꿨는데 잘 적응해가고 있다. 중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줘야하는 선수다"고 했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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