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유망주 무덤' 롯데, 이상화가 바꿀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4-09 08:33


8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KBO리그 삼성과 롯데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삼성 윤성환과 롯데 이상화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힘차게 투구하고 있는 이상화.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4.08

롯데 자이언츠의 풀리지 않던 숙원이 해결될까.

롯데는 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2대4로 졌다. 7일 삼성전 패배에 이어 2연패. 시즌 초반 잘나가던 상승 분위기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한숨만 내쉴 패배가 아니었다. 졌는데도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경기들이 있다. 롯데의 8일 경기가 그랬다. 이날 경기 선발로 등판한 이상화 때문이다.

이상화는 삼성전 시즌 두 번째 선발등판해 5⅔이닝 6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했다. 3실점은 상대 나바로에게 얻어맞은 스리런홈런 1방 때문이었는데, 투수가 경기를 하다보면 언제든 홈런은 맞을 수 있는 일. 중요한 건 투구 내용이었다. 선발투수로 경기를 잘 이끌어간 안정적인 투구였다. 지난 1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처음으로 선발등판해 5이닝 2실점을 기록한 뒤 2경기 연속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 직구 최고구속은 138㎞ 초반대에 그쳤지만 안정된 제구, 낙차 큰 변화구가 좋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최강 삼성 타자들을 상대로 도망가지 않고 '칠테면 쳐봐라'라는 식으로 자신있게 승부를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오죽했으면 연패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종운 감독이 "이상화 때문에 위안이 된다"라고 했을까.

상당히 의미가 있는 이상화의 2차례 투구였다. 다음 선발등판에서 첫 승을 따낼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다음 경기에서도 크게 난조를 보이지 않고 가운데에 공을 꽂아넣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롯데의 토종 선발 유망주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지는 경기에서의 등판, 그리고 불펜 투구에서는 좋은 공을 던진다. 그렇게 선발 기회를 얻는다. 그러면 떤다. 1회부터 흔들린다. 너무 잘던지려다보니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지고 경기 초반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오늘 못던지면 선발 기회를 또 잃는다. 2군에 가면 어쩌나'라는 걱정에 공을 잘던질 수 없었다.

이상화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5선발 요원으로 10경기에 던졌다. 1승3패 평균자책점 9.33. 제구가 주무기인 투수가 마운드에만 오르면 새가슴이 됐다. 하지만 올시즌 이상화가 달라질 조짐을 보여줬다. 결국 야구에서 멘탈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 신임 이종운 감독은 구멍난 4, 5선발 자리를 메우기 위해 많은 선수들을 눈여겨봤고, 경쟁에서 이긴 선수들에게 성적에 관계없이 꾸준한 기회를 주겠다고 공언했다. 이상화는 이 경쟁에서 이겨냈고 선발 한자리를 차지했다. 이 감독은 "계속 지더라도 또 기회를 주겠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절대 선수를 키우지 못한다"라고 얘기했다. 당연히 선수 입장에서 심리적 안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토종 선발 발굴은 롯데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지난 몇 년을 돌이켜보자. 송승준, 장원준(현 두산 베어스) 말고 새로운 토종 선발 요원이 튀어나오지를 못했다. 이재곤, 김수완(현 두산), 진명호 고원준(이상 현 상무) 배장호, 홍성민 등 가능성 있는 후보들은 넘쳐났었다. 선발투수 1명 키운다는 것이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롯데는 그동안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선수를 키워내지 못했다. 당장 성적에 큰 압박을 받는 구단. 어떤 감독이라도 몇 경기 부진하면 그 투수를 마운드에 남겨놓을 수 없었다.

이상화는 2006년 경남고 시절 이재곤과 함께 팀 원투펀치로 청룡기 교고야구대회 MVP를 수상했다. 당시 감독이 이 감독이었다. 2007년 하준호를 앞세워 청룡기 2연패를 차지했던 경남고였다. 이 감독의 전성시대를 열어준 장본인이었다. 이제 이 감독은 프로 첫 감독직을 수행하게 됐고, 이 감독은 그 때처럼 이상화와 자신이 최고로 우뚝 서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