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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괴물' 나성범의 또다른 진화, '한 손 타법'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5-04-07 11:07


"작년에 그렇게 잘했어도 전혀 나태해지지가 않아."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선수 칭찬에 인색한 편이다. 하지만 그는 나성범 얘기만 나오면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나성범은 지난해 타율 3할2푼9리에 30홈런 101타점. 타자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했다. 여기에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까지 받았다.시즌 종료 후 팀에 창단 최초 골든글러브를 안기기도 했다.


NC 나성범의 타격 장면. 배트를 완전히 돌린 뒤에도 양손은 배트를 꼭 쥐고 있다. 훈련을 통해 변화를 준비하고 있어 언젠가는 코스에 따라 한 손을 놓는 장면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3.18
이쯤 되면, 풀어지는 선수들도 있기 마련이다.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나성범은 만족을 모른다. 시범경기 때도 손바닥에 굳은살이 벗겨져 피가 흐르고 통증이 있는데도 붕대를 감고 끝까지 타격훈련을 마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코칭스태프의 만류에도 그는 멈출 줄을 몰랐다.

김 감독은 그를 정말 좋은 선수로 평가한다. 나태해질 만도 한 상황에서 오히려 자신을 더 채찍질한다는 것이다. 올 시즌, 나성범에게 또다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경기 전 프리배팅 때 나성범은 지난해 보여주지 않았던 장면을 종종 연출한다. 팀 동료인 테임즈의 타격폼을 약간 연상케 할 만한 모습이다. 테임즈와는 다르지만, 배트를 돌리면서 한 손을 놓을 때가 있다.

나성범은 원래 팔로스윙 때도 배트를 놓지 않는다. 끝까지 양손에 배트를 쥐고 있다. 홈런이 나와도 양손에 배트를 쥐고 타구를 응시하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최근 프리배팅에서 임팩트 순간 한 손을 놓는 경우가 있다. 아직 실전에선 나오지 않고 있지만, 큰 변화다. 나성범은 "의식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 자연히 나올 때만 한다. 아직 실전에서는 쓰지 못하고 있지만, 몸쪽 공에 대처하기 위한 변화"라고 말했다.

투수는 집요하게 타자의 약점을 파고들기 마련이다. 이제 정상급 타자 반열에 올라선 나성범도 집중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몸쪽 공, 특히 몸쪽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처하기 위해 고안한 게 '한 손 타법'이다.


1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과 NC의 경기에 열렸다. 5대4로 승리한 후 NC 김경문 감독이 나성범 등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3.17.

김광림 타격코치는 이에 대해 "진화중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는 "여러 코스의 공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래도 한 손을 놓는 게 몸쪽 공에 대처하기는 더 좋다"며 "하지만 일부러 그렇게 치려고 하면 절대 안된다. 성범이한테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식적으로 한 손을 놓으려 한다면, 타격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코치는 훈련 때도 나성범이 의식적으로 손을 놓지 않게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사실 테임즈와 나성범의 한 손 타법은 완전히 다르다. 테임즈가 매번 한 손을 놓을 수 있는 건 배트 헤드를 돌릴 만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나성범이 의식적으로 한 손을 놓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김 코치는 "연습을 통해 점점 만들어질 것이다. 성범이에겐 진화를 위한 또 하나의 과정이다"라며 "잘 되면 여러 코스의 공을 칠 수 있고, 타구를 여러 코스로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나성범의 '작은 변화'를 실전에서 보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무기를 또 하나 만들어가고 있다. '괴물'로 불릴 법한 나성범은 그렇게 또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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