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침체됐던 넥센 히어로즈 타선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한 고민이 있다. 바로 침묵하고 있는 새 외국인타자 스나이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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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이더의 득점권 타율은 5할이다. 주자가 2루 이상 있을 때는 4타수 2안타 1볼넷 3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유주자시로 확대하면 10타수 2안타, 주자가 없을 때는 6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타선에서 가장 중요한 건 '흐름'이다. 넥센의 화력이 중심타선에 몰려 있기는 하지만, 상하위 타순의 연결이 잘돼야 득점력이 올라간다. 지난 2년 동안 넥센은 이러한 측면에서 '강팀'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또 이성열과 문우람이 나눠 맡은 7번 타순이나 주전 포수 박동원의 빈 자리가 느껴지는 9번 타순에서도 공격력 약화가 눈에 띈다. 오히려 주전 유격수로 나서고 있는 김하성은 타율 3할3푼3리(18타수 6안타) 2볼넷 1타점으로 제 몫을 하고 있다.
그래도 이 문제는 시범경기 때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있는 박동원, 강지광, 서동욱이 올라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염경엽 감독은 장기레이스인 만큼, 선수들을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박동원과 강지광은 아직 2군 경기에도 나서지 않고 있고, 서동욱은 2경기서 7타수 3안타 1홈런 5타점으로 복귀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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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타선을 지나 흐름이 끊기는 문제. 무엇보다 스나이더의 부활이 절실하다. 넥센 코칭스태프가 보는 스나이더의 문제점은 '너무 생각이 많다'는 것이다. 슬럼프에 빠질 때일수록 단순해지는 게 좋을 수 있는데, 스나이더는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 제 스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속지 않아야 할 터무니 없는 공에 헛스윙하고 고개를 숙일 때가 많다.
사실 스나이더의 역할은 6번 타순에서 '한 방'을 쳐주는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스나이더의 정교함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스프링캠프 때 김민성과 타순을 맞바꿨다. 이 결정은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하지만 스나이더는 아직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슬럼프를 얼마나 빨리 벗어나느냐에 따라, 좋은 타자와 나쁜 타자가 갈린다. 스나이더는 아직 그 기로에 서있다. 안타가 종종 나옴에도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다는 건 여전히 자신만의 밸런스를 찾지 못했다는 말이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3경기 연속 홈런을 칠 때만 해도, 그는 "3할-35홈런-100타점을 목표로 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자신감을 찾아볼 수 없다.
스나이더로서는 하루 빨리 감을 잡아야 한다. 이대로 슬럼프가 길어진다면, 자신감 회복이 더뎌져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서동욱 박동원 강지광 등 부상 전력이 돌아오기 전에 제 모습을 찾는다면, 넥센은 다시 강타선의 면모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