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에도 올라가고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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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투구수가 많았다. 7회까지 103개를 던졌다. 1이닝 당 15개 전후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9회까지 노히트 노런이 가능하려면 130개를 넘게 던져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임지섭은 지난해 1군무대에 잠시 머물다 2군(퓨처스리그)으로 내려갔다. 2군에서도 6회를 넘겨본 적이 없다. 1군도 마찬가지다. 투수가 어깨나 팔꿈치를 다치는 경우는 투구수가 100개를 넘어갈 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일본야구협회는 올초 보고서를 내고 아마선수들의 투구수 제한을 검토한 바 있다. 부상방지를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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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임지섭은 젊어도 너무 젊다. 아직은 어깨단련이 덜된 임지섭에게 계속 피칭을 시킬 경우 본인은 의욕적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9회를 지킬 수 있었을지는 몰라도 부상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쉽더라도 제어를 해야한다면 하는 것이 맞다. 리더의 역할은 이런 것이다. 투수 출신인 양상문 감독은 누구보다 노히트노런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안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들뜬 마음으로 죽을 힘을 다해 역투하는 20살 어린 제자의 심리적인 상태 또한 꿰뚫고 있었을 것이다. 노히트노런과 퍼펙트는 우연한 기회에 요행처럼 만들어져서는 빛이 바랠 수 있다. 최고의 투수가 최고의 피칭을 통해 상대 타자들을 압도할 때 그날 마운드는 한도 끝도 없이 높아진다. 임지섭은 아직 젊다. 갈길도 멀다. 노히트노런 도전은 다음에라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번 도전은 임지섭의 몫이 아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