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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섭 노히트노런 막은 양상문의 결정, 일리있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04-05 09:52 | 최종수정 2015-04-05 09:52


"8회에도 올라가고 싶었지만......"

LG임지섭(20)은 지난 4일 잠실 삼성전이 끝난 뒤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7회까지 리그 5연패에 도전하는 최강 삼성을 상대로 노히트노런의 역투. 이제 2이닝만 넘기면 대기록을 달성할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양상문 LG감독은 셋업맨 이동현을 불렀다. 9회 3-0리드에서 등판한 LG마무리 봉중근은 2점을 내주며 '식은땀 세이브'를 따냈다. 자칫 잘못했으면 임지섭은 안타 하나 맞지 않고 승리도 챙기지 못할 뻔 했다. 지난해 3월 30일 잠실 두산전 이후 임지섭의 프로 두번째 승리를 이처럼 우여곡절이 많았다.


◇LG 임지섭.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잘 던지고 있는 투수를 내리면 당연 논란이 생긴다. 대기록에 도전하는 선수에게 사령탑이 임의대로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경기를 마친 뒤 양상문 LG감독은 "임지섭은 LG의 15년을 책임질 선수"라고 했다. 미래를 위한 자산이자, 보호해야할 대상이었다는 뜻이다. 임지섭의 8회 교체는 3가지 이유에서 타당하다.

무엇보다 투구수가 많았다. 7회까지 103개를 던졌다. 1이닝 당 15개 전후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9회까지 노히트 노런이 가능하려면 130개를 넘게 던져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임지섭은 지난해 1군무대에 잠시 머물다 2군(퓨처스리그)으로 내려갔다. 2군에서도 6회를 넘겨본 적이 없다. 1군도 마찬가지다. 투수가 어깨나 팔꿈치를 다치는 경우는 투구수가 100개를 넘어갈 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일본야구협회는 올초 보고서를 내고 아마선수들의 투구수 제한을 검토한 바 있다. 부상방지를 위해서다.


◇양상문 LG 감독. 이날 경기후 양 감독의 발언에서 확실한 야구철학이 엿보였다. "임지섭은 LG야구의 15년을 책임질 선수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두번째는 4사구가 너무 많았다. 볼넷이 5개, 사구가 1개였다. 대기록에 가까워질수록 투수는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경험이 일천한 신인급 투수라면 더욱 그렇다. 볼넷 갯수는 자신감에 반비례한다. 8회와 9회에 더 많아질 수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임지섭은 젊어도 너무 젊다. 아직은 어깨단련이 덜된 임지섭에게 계속 피칭을 시킬 경우 본인은 의욕적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9회를 지킬 수 있었을지는 몰라도 부상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쉽더라도 제어를 해야한다면 하는 것이 맞다. 리더의 역할은 이런 것이다. 투수 출신인 양상문 감독은 누구보다 노히트노런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안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들뜬 마음으로 죽을 힘을 다해 역투하는 20살 어린 제자의 심리적인 상태 또한 꿰뚫고 있었을 것이다. 노히트노런과 퍼펙트는 우연한 기회에 요행처럼 만들어져서는 빛이 바랠 수 있다. 최고의 투수가 최고의 피칭을 통해 상대 타자들을 압도할 때 그날 마운드는 한도 끝도 없이 높아진다. 임지섭은 아직 젊다. 갈길도 멀다. 노히트노런 도전은 다음에라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번 도전은 임지섭의 몫이 아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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