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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투수 메릴 켈리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켈리는 69개의 공을 던지면서 다양한 능력을 보여줬다. 우선 직구는 정상급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날 켈리의 직구는 최고 151㎞를 찍었다. 대부분 147~150㎞에서 형성됐다. 스피드 못지 않게 공끝의 움직임 또한 위력적이었다. KIA 타자들이 몸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켈리의 직구에 몸을 움찔하기도 했다. 직구를 받쳐주는 구종은 커터. 최고 143㎞까지 나왔다. 유인구와 결정구 역할을 모두 할 수 있는 구종이다. 직구와 비슷한 속도로 날아오다 홈플레이트에서 살짝 꺾이기 때문에 헛스윙 또는 땅볼을 유도하기 딱 좋다. 켈리는 이날 아웃카운트 12개 가운데 땅볼로 8개를 잡아냈다.
커터 뿐만 아니라 커브도 수준급으로 평가받았다. 켈리의 커브는 낙차보다는 스피드가 강점이다. 120㎞대 후반에서 형성된다. 150㎞에 이르는 직구와 함께 던지며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았다. 3회초 김원섭을 투수 땅볼로 처리할 때 커터와 직구, 체인지업으로 볼카운트를 1B2S로 만든 후 126㎞짜리 커브를 결정구로 던졌다. 130㎞대 초반의 체인지업 역시 결정구로 요긴하게 사용됐다.
켈리의 투구폼은 군더더기가 없다. 오버핸드스로 투수로서 가장 이상적인 투구폼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 밸런스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제구력이 뛰어난 것도 간결하면서도 안정된 투구폼 덕분이다. 이날 경기전 SK 김용희 감독은 "켈리가 던지기로 한 날은 비가 오고 날씨가 좋지 않은데, 오늘 비가 예보돼 있어 걱정"이라면서도 "켈리는 전지훈련 연습경기에는 안나왔지만, 시범경기에서 자신의 페이스대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외국인 투수들은 자신만의 루틴이 있다. 시즌 들어와서도 좋은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는 켈리는 지난해 트리플A에서 풀타임을 뛰며 9승4패 평균자책점 2.76의 알찬 성적을 거뒀다. SK는 그가 최근 2년간 부상 경력이 없고, 성격이 차분하다는 점에 매료됐다. 시범경기서 두 차례 등판해 5이닝 5안타 3실점(2자책점) 1볼넷 3탈삼진을 기록했다. 시범경기서 직구 구속은 147㎞였다. 투심과 커터, 체인지업, 커브 등 자신의 모든 구종을 시험하면서도 실전에 대한 두려움은 남겨놓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진짜 실력을 이날 KIA전서 어느 정도 드러낸 셈이다. 공식 데뷔전이 될 것으로 보이는 8일 kt 위즈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