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석민의 질주를 부른 조동화의 제스처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5-03-29 17:55


야구경기를 하다보면 선수들은 여러 제스처를 하게 된다. 말로만 하기엔 전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 제스처 하나로 경기의 흐름이 달라질 수도 있다.

29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SK전이 그랬다. 뒤지던 삼성이 추격전을 펼친 5회말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삼성이 2점을 얻어 3-6으로 쫓고 있던 1사 만루. 4번 최형우가 SK 구원투수 채병용으로부터 크게 밀어쳤다. SK 중견수 조동화가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좌중간 펜스로 날아간 타구를 좌익수 이명기가 잡아 2아웃이 됐다.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1루주자 박석민이 타구가 안타가 되는 줄 알았던지 타구가 잡히기 전 2루를 돌아 3루쪽으로 뛰었다. 2루와 3루 사이에서 타구를 보던 2루주자 박한이는 타구가 잡히는 것을 보고 천천히 2루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박석민이 어느새 박한이를 조금 추월했다. 선행주자 추월로 아웃. 3루주자 김상수가 태그업을 했지만 이전에 주루 추월로 더블아웃이 돼 이닝 교대가 선언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1차로 중견수 조동화가 공을 놓쳤다. 타구의 방향으로 볼 땐 좌익수 이명기보다 중견수 조동화가 잡는 게 맞았다. 모두가 조동화를 보고 있었는데 조동화는 공을 못찾았다는 의미로 두 팔을 아래로 흔들었다. 조동화는 경기 후 "공을 치는 순간 공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를 보고 두명의 플레이어가 빠르게 움직였다. 좌익수 이명기가 백업 플레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공을 잡기 위해 열심히 뛰어갔다. 이명기가 조동화의 제스처를 늦게 봤다면 안타가 될 수도 있는 타구였지만 이명기가 빠르게 사인을 보고 달려가 위기를 구해냈다. 또 한명은 삼성 1루주자 박석민. 박석민은 "중견수가 공을 놓쳤다는 제스처를 해 무조건 안타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1루주자인 나도 홈까지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뛰었다. 내 욕심 때문에 찬스가 날아갔다"고 자신의 미스 플레이를
인정했다.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스의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21일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가운데 삼성 선수들이 경기 전 훈련을 했다. 박석민이 힘차게 달리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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