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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문한 전 부장 명예회복 위해 선수들이 나섰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3-12 10:08 | 최종수정 2015-03-12 10:11


◇2006년 WBC 대회 당시 허구연 위원(왼쪽)과 함께 상대 팀 전력 분석을 하고 있는 이문한 전 부장의 모습. 스포츠조선DB

"저희가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프로야구판을 발칵 뒤집었던 롯데 자이언츠의 CCTV 감시 사건. 이 논란으로 인해 롯데 구단 내부는 풍비박산이 났다. 그 과정에서 최하진 사장과 배재후 단장이 물러났고, 사건의 원흉으로 지목된 이문한 운영부장도 결국 사표를 쓰고 롯데를 떠났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11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롯데 CCTV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롯데는 곧바로 반성의 자세를 보였다. 그렇게 롯데 CCTV 사건은 일단락 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까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이문한 전 부장이다. 여론이 악화된 것은 롯데 선수단이 지난해 10월 말 기자들에게 성명서를 발표하면서다. '이 전 부장이 팀에 오고난 뒤 이문한 라인이 형성돼 팀이 어지러워졌고, 선수들을 따로 불러 이간질 시키고 와해시켰다'라는 내용이었다. 또, 가장 중요했던 것은 이 전 부장이 시즌 도중 엔트리 변경에 대해 관여해 1군 코치도 모르는 선수 이동이 있었다고 선수들이 폭로했다. 또, 선수들은 CCTV 사건도 결국 이 전 부장이 진두지휘한 것 아니냐고 확신하고 있었다.

내용 그대로만 보면 이 전 부장은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선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구단 고위 간부도 아닌 직원이기에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했다. 다행인 것은 CCTV 사건을 주도한 것이 이 전 부장이 아닌 최하진 전 사장임이 확실히 드러나며 반전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 증거가 명확했다. 처음 최 전 사장이 CCTV 감시를 지시했을 때 이 전 부장과 배재후 전 단장이 이를 반대했다. 그러자 최 전 사장은 실무 사원에게 직접 지시를 내렸고, 두 사람이 이에 대해 모른 채로 일은 커지고 말았다. CCTV 사건 뿐 아니었다. 최 전 사장의 월권 행위에 대한 증거들도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김시진 감독 경질 주문을 시작으로 엔트리, 작전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현장에 지시를 했다. '이 선수 2군으로 보내라'라는 식이다. 김 전 감독에게는 '1주일에 한 번씩 선수단 운용 보고서를 올리라'라는 어이없는 지시를 하기도 했다. 오히려 이걸 중간에서 막아낸 사람이 이 전 부장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이 전 부장과 선수단 사이에 소통이 시작됐다. 이 전 부장은 선수들에게 결백을 알렸다. 명백한 증거물들이 있으니, 선수들도 색안경을 거두기 시작했다. 물론, 이 전 부장과 선수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오해가 쌓여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 전 부장이 롯데에 온 이후 3년 동안 핵심 실무를 맡았다. 연봉 협상을 진두지휘하는 프런트임을 감안하면 선수들은 항상 아쉽기만 했다. 특히, 선수들은 '야구 선배인데 우리 마음을 몰라주시나'라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지난 과정을 제쳐두고 CCTV 사건과 현장 간섭 등에서 부풀려 알려진 부분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선수들도 확실히 알게 됐다. 그렇게 주축 선수들은 1월 스프링캠프 출발 전 이 전 부장과 만나 모든 오해를 풀었다. 선수들끼리 "이 문제는 우리가 분명히 오해를 하고 있었던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CCTV 논란이 잠잠해지고, 새 출발을 해야하는 시점에서 억지로 다시 이 얘기를 꺼내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이제 이 문제가 잠정 일단락됐다. 사직구장에서 롯데 선수들에게 이 사안에 대한 확인을 거쳤다. 고참 선수 A와 B 모두 "이문한 전 부장님은 큰 잘못이 없었다. 우리가 오해를 했었다. 잘못된 부분이라고 선수들끼리 모두 얘기를 나눴다. 우리가 이렇게 얘기를 해 이 전 부장님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다면 이 내용이 선수단 공식 입장으로 나가도 좋다"라고 말했다.

이 전 부장도 어렵게 얘기를 꺼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롯데를 떠나고 수많은 질타를 받으며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됐다. 이 전 부장은 "평생 야구로 먹고 살아왔다. 그래도 야구를 했기에 어떻게라도 현장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오히려 열심히 한다고 하다보니 일이 꼬이고 꼬이더라"라며 "많이 힘들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이렇게라도 선수들이 내 명예 회복을 위해 나서줬다는 것 자체가 고맙다"라고 말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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