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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이문한 전 부장이다. 여론이 악화된 것은 롯데 선수단이 지난해 10월 말 기자들에게 성명서를 발표하면서다. '이 전 부장이 팀에 오고난 뒤 이문한 라인이 형성돼 팀이 어지러워졌고, 선수들을 따로 불러 이간질 시키고 와해시켰다'라는 내용이었다. 또, 가장 중요했던 것은 이 전 부장이 시즌 도중 엔트리 변경에 대해 관여해 1군 코치도 모르는 선수 이동이 있었다고 선수들이 폭로했다. 또, 선수들은 CCTV 사건도 결국 이 전 부장이 진두지휘한 것 아니냐고 확신하고 있었다.
내용 그대로만 보면 이 전 부장은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선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구단 고위 간부도 아닌 직원이기에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했다. 다행인 것은 CCTV 사건을 주도한 것이 이 전 부장이 아닌 최하진 전 사장임이 확실히 드러나며 반전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 증거가 명확했다. 처음 최 전 사장이 CCTV 감시를 지시했을 때 이 전 부장과 배재후 전 단장이 이를 반대했다. 그러자 최 전 사장은 실무 사원에게 직접 지시를 내렸고, 두 사람이 이에 대해 모른 채로 일은 커지고 말았다. CCTV 사건 뿐 아니었다. 최 전 사장의 월권 행위에 대한 증거들도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김시진 감독 경질 주문을 시작으로 엔트리, 작전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현장에 지시를 했다. '이 선수 2군으로 보내라'라는 식이다. 김 전 감독에게는 '1주일에 한 번씩 선수단 운용 보고서를 올리라'라는 어이없는 지시를 하기도 했다. 오히려 이걸 중간에서 막아낸 사람이 이 전 부장이었다.
하지만 CCTV 논란이 잠잠해지고, 새 출발을 해야하는 시점에서 억지로 다시 이 얘기를 꺼내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이제 이 문제가 잠정 일단락됐다. 사직구장에서 롯데 선수들에게 이 사안에 대한 확인을 거쳤다. 고참 선수 A와 B 모두 "이문한 전 부장님은 큰 잘못이 없었다. 우리가 오해를 했었다. 잘못된 부분이라고 선수들끼리 모두 얘기를 나눴다. 우리가 이렇게 얘기를 해 이 전 부장님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다면 이 내용이 선수단 공식 입장으로 나가도 좋다"라고 말했다.
이 전 부장도 어렵게 얘기를 꺼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롯데를 떠나고 수많은 질타를 받으며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됐다. 이 전 부장은 "평생 야구로 먹고 살아왔다. 그래도 야구를 했기에 어떻게라도 현장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오히려 열심히 한다고 하다보니 일이 꼬이고 꼬이더라"라며 "많이 힘들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이렇게라도 선수들이 내 명예 회복을 위해 나서줬다는 것 자체가 고맙다"라고 말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