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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훈련서 부상은 치명적이다. 부상 때문에 자칫 한 시즌을 망칠 수 있다. 예고없이 찾아오는 부상, 충격과 허탈감은 배가 된다.
플로리다와 일본 오키나와 전훈 캠프를 함께 하고 있는 허 코치는 "윤길현의 경우 러닝을 하다 햄스트링을 다쳤는데, 지금은 조금씩 러닝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햄스트링은 재발이 잘 되는 부위이기 때문에 3월초까지는 재활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다. 급하게 끌어올리려고 하면 안된다. 선수 뿐만 아니라 주위서도 심리적으로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캠프 기간 부상을 당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비활동기간 운동량 부족이다. KBO리그는 12월부터 1월이 비활동기간이다. 1월 중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까지 약 45일 동안 선수가 알아서 훈련을 해야 한다. 감독들이 비활동기간을 인정하면서도 "겨울에 훈련을 게을리 하고 흥청망청 보낸 선수는 훈련 페이스가 더디거나 탈이 난다"고 하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허 코치는 "비활동기간 개인훈련량이 적으면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또 전지훈련지에 도착하면 시차적응 기간이 있는데, 그와는 별도로 신체 바이오리듬을 찾는데는 그보다 훨씬 긴 3주 정도가 걸린다. 이 기간 피로가 쌓이고 부상이 찾아올 수 있다"며 "덥고 건조한 날씨에 면역 체계가 약해져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와 인후염에 시달리는 선수들도 간혹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 코치가 설명한 대목 가운데 중요한 것은 역시 비활동기간의 훈련량이다. 이 기간 열심히 운동한 선수들과는 달리 소위 몸을 '놔둔' 선수는 같은 훈련을 소화하다 보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근육이나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 특히 투수의 경우 공을 안 던지다가 캐치볼이나 롱토스를 하는 동안 어깨와 팔꿈치에 뻐근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허 코치는 "12~1월에 열심히 한 선수는 전지훈련서 3주 반 정도만에 컨디션을 다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연습경기서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는 몸이 덜 된 상태에서 오버페이스를 하게 돼 몸에 무리가 따른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뭔가 보여주려는 마음이 강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럴수록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연습경기라도 절대 무리해서 몸을 쓰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수비를 하다 부딪히거나, 투수가 던진 공에 맞는 등 예기치 못한 사태에 부딪혀 입은 부상이라면 어쩔 도리가 없지만, 스스로 몸을 컨트롤해서 방지할 수 있는 부상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예방과 주의가 필요하다.
전지훈련서 중요한 부분이 웨이트트레이닝이다. 한 시즌 '농사'가 걸린 문제다. 웨이트는 꾸준히 해야 하고, 단계에 따라 시간과 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SK의 경우 김용희 감독이나 트레이닝 스태프가 기초 체력을 강조하다 보니 선수들이 웨이트에 들이는 시간이 많은 편이다. 이번 전지훈련서는 웨이트의 수준을 꾸준히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허 코치는 "감독님께서 체력적인 부분을 강조하신다. 작년 마무리 캠프, 플로리다 캠프, 그리고 오키나와 캠프까지 시즌이 개막되기 이전에는 웨이트의 강도와 시간, 양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용희 감독 등 SK 선수단 50명은 12일 2차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했다. SK는 3월 2일까지 연습경기 위주로 2차 캠프를 진행한다.
오키나와=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