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조인성, "방심하면 끝장난다" 긴장 재점화 한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2-09 11:21


한화 이글스가 일본 고치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2015 스프링캠프를 펼치고 있다. 24일 고치의 시영구장에서 선수들이 수비훈련을 하고 있다.
한화는 2015 전지훈련을 3월 3일까지 48일 동안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에서 실시한다. 김성근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23명과 주장 김태균을 포함해 선수 46명, 총 69명의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고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 후 2월15일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고친다 구장에서 3월3일까지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고치(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1.24/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방심하면 큰일난다."

'지옥'에서 벗어났다. 순간적으로,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이 스쳤다. 하지만 찰나였을 뿐. 금세 묵직한 걱정이 마음을 빠르게 잠식한다. '방심하면 큰일이야!' 다시 운동화 끈을 졸라매야 할 이유가 생겼다. 담 증세로 지난 8일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오키나와 재활캠프로 이동한 한화 이글스 포수 조인성(40)의 심리 변화다. 잠깐의 안도와 긴 부담감으로 하루를 보냈다.

조인성은 이날 오전 고치 캠프에서 짐을 챙겨 나왔다. 일본 국내선 항공편을 타고 후쿠오카를 경유해 오키나와 나하시의 숙소로 들어오니 저녁 6시가 넘어있었다. 한나절의 귀중한 시간을 이동하는데만 보낸 것이다. 재활캠프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은 조인성은 숙소 방에 앉아 만감이 교차했다. 한화 스프링캠프에서 '오키나와행'은 꽤 많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어딘가 몸이 아픈 선수들을 고치보다 따뜻하고 재활하기 좋은 오키나와로 보내 몸상태를 끌어올리게 한다는 뜻이 있다.

그런데 이런 한편으로는 훈련을 받을 수 있는 몸이 아니라는 질책성 의미도 담겨 있었다. 김성근 감독(73)은 고치 캠프에서 실전 위주의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 그런데 실전 훈련에 100% 참가하지 못하면 평가의 의미가 없다. 그래서 아예 몸을 제대로 추스르라며 오키나와로 보낸다. 스프링캠프가 막 시작된 지난 1월17일에 곧바로 투수 배영수와 송은범을 오키나와로 보낸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조인성의 케이스는 약간 다르다. 등쪽의 담 증세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사실 이 정도로 오키나와 재활캠프까지 보내는 건 의외다. 프로야구 선수에게 등쪽의 담 증세는 매우 흔한데다가 비교적 경미한 부상이기 때문. 쉬면 회복된다. 게다가 이제 일주일후면 고치 캠프도 마무리된다. 15일에 다같이 오키나와로 훈련지를 옮겨 본격적인 연습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그렇다면 굳이 조인성을 오키나와로 먼저 보낼만한 이유는 찾기 어렵다. 질책성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건 조인성에 대한 김 감독의 배려라고 해석할 수 있다. 팀 전력의 핵심 중 핵심인 조인성이 자칫 경미한 통증을 안고 무리하다가 더 큰 부상에 걸릴까 우려해 오키나와로 미리 보내버린 것. 이미 김 감독은 자체 홍백전을 통해 조인성의 실력과 태도를 봤다. 만족감을 표시했다. "잘하면 위 타순에서 칠 수도 있겠다"며 중심타순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까지 내놓은 바 있다. 때문에 검증이 끝났고, 부상 확대 우려도 있는 조인성을 오키나와로 일주일 먼저 보낸 건 수긍할만 한 조치다.

하지만 조인성의 생각은 '방심하면 안된다'에 맞춰져 있다. 워낙에 김 감독의 스타일을 잘 알기 때문에 언제든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긴장하는 것이다. 조인성은 "지옥훈련을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잠깐 들면서도 금세 또 긴장이 됐다. 사실 내가 확실한 주전포수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기회를 놓치면 큰일이다. 여기(오키나와)에서도 변함없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유지해야만 한다"고 했다. 40세의 베테랑도 자기 입지에 대한 걱정을 놓을 수 없는 곳. 감독의 배려가 고마우면서도 또 다른 부담감으로 다가오는 곳. 한화 스프링캠프의 흔한 심리상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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