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은퇴 후 진로, 지도자? 해설? 다양해졌나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5-01-18 06:11


지난 2년간 한화 이글스에서 코치로 일을 했던 이종범은 올해부터 방송 해설위원으로 활약한다. 지난해 12월 '카스포인트 어워즈'에서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이종범 위원.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프로야구 '노동 시장'은 항상 공급이 넘쳐난다. 매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80~100명의 선수가 선발되고, 시즌이 끝나면 그만큼의 숫자가 유니폼을 벗는다. 지난해말 각 구단의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는 64명이다. 그 이전 자유 신분이 된 선수와 FA 미계약 선수, 군보류 선수들을 포함하면 100명 안팎의 선수는 '새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 이 가운데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선수 생활을 지속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은퇴 수순을 밟게 된다.

은퇴 결정은 선수 본인의 몫이지만, 구단의 영향도 상당하다. 은퇴 후 진로 선택 때문이다. 최근에는 코치 뿐만 아니라 스카우트나 전력분석원 등 다양한 직종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스타 선수들도 크게 늘었다.

SK 와이번스 투수 이승호는 허리 부상이 악화돼 결국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은퇴를 결정했다. SK는 이승호의 재활을 정성껏 도왔지만, 몸상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승호는 SK로부터 스카우트 자리를 제의받았다. 이승호는 올해 전국을 다니며 유망주들을 발굴하는 일을 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승호처럼 팀에 남아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SK 제춘모도 지난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고 지도자로 변신했다. 제 코치는 투수 육성의 일이 주어졌다. 2군에서 선배 조웅천 코치와 함께 젊은 투수들 조련에 나선다. 제춘모는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빠른 33세에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한화 이글스 신경현은 2013년 지도자로 변신해 현재 2군 배터리코치로 활약중이다. 한화 구단은 프랜차이즈 스타인 신경현에게 은퇴를 권유하며 곧바로 코치 자리를 제안했다. 2군 퍼펙트 게임의 주인공인 롯데 자이언츠 이용훈도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구단으로부터 코치직을 제안받고 올해부터 재활 코치를 맡게 됐다. 이 코치는 선수 시절 부상으로 긴 시간을 보낸 터라 자연스럽게 재활 코치 보직이 주어졌다. 삼성 라이온즈 권오원 코치 역시 선수 시절 어깨, 무릎 등 부상을 달고 다닌 '덕분'에 2011년 은퇴후 재활 파트를 맡았다. 넥센 히어로즈는 최근 은퇴한 선수들 대부분을 내부 지도자로 기용했다. 송지만 정수성 강병식 등이 코치로 일하고 있다.


SK 와이번스 박경완 육성총괄은 은퇴후 지난해 2군 감독으로 현장 경험을 쌓은 뒤 프런트 입성에 성공했다. 박 총괄이 지난 5일 시무식에서 최 정과 악수를 나누며 격려를 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은퇴 후 가장 빠른 속도로 '승진'한 선수는 SK 박경완이다. 2013년 시즌 후 은퇴한 박경완은 지도자 연수 없이 곧바로 2군 감독에 선임되는 파격 대우를 받았다. 2014년 2군 리그를 치르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SK의 유망주들과 부상선수들을 총괄하는 육성총괄을 맡게 됐다. 지난해 말 이만수 감독의 후임으로도 거론됐을 정도로 높은 지명도를 자랑하고 있다.

아마추어 지도자로 나선 선수들도 있다. NC에서 은퇴를 한 허 준과 정성기는 각각 마산고와 울산공고 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정성기의 경우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입단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지도자의 길을 선택했다. 대주자 전문 요원 삼성 강명구는 전력분석원으로 일하게 됐고, 채상병은 배터리코치로 새 출발을 한다.

스타급 선수들에게 요즘 트렌드는 해설이다. 최근 2~3년새 마이크를 잡은 스타플레이어 출신들이 수두룩하다. 프로야구 중계를 하는 케이블 채널이 늘어난 덕분이다. 올해는 매일 5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중계 채널이 하나 더 늘어나 수요가 커졌다. 이번 겨울만 해도 이종범 정민철 김선우(MBC스포츠+) 송진우 조성환(KBS N 스포츠) 등 '레전드급' 인사들이 대거 해설계로 진출했다. 이들 대부분 은퇴후 코치로 활동하다 이번 겨울 변신을 선택했다. 코치와 마찬가지로 해설위원도 연단위 연봉 계약으로 소득원이 안정적이고, 현장과 꾸준히 호흡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독' 또는 그 이상을 꿈꾸는 선수들에게는 이상적인 진로로 여겨진다.


현장은 아니지만 야구 관련 일을 하는 선수들도 있다. LG 트윈스에서 은퇴한 김일경은 지난해 프런트 공부를 위해 자비로 미국으로 유학을 가 버지니아주 노포크에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팅 프로그램을 이수중이다. 요즘에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관련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있다. 두산 베어스 출신인 유재웅은 야구용품사업가로 변신했고, 문희성과 정성훈은 사회인야구장과 아마추어야구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눈에 띄는 직종도 있다. 한화에서 2012년말 은퇴한 정원석은 대전에서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고, 두산 출신의 윤현민은 2010년 배우로 변신해 꾸준히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역시 두산에서 은퇴한 김유봉은 골프티칭프로로 활약하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