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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습관이 돼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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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자신이 한 말대로 투수진 육성에만 초점을 맞췄다. 야수들의 훈련은 코치진에 일임한 채 불펜에서 투수들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야수들의 훈련장면을 보려고 해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워낙 불펜이 특이하게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 보조구장 한쪽 구석에 있는데, 사방에 약 4m 정도의 높이로 철판 벽이 세워져 있다. 공사장에서 임시로 세우는 그런 철판이다. 그리고 천장은 뻥 뚫려있다. 두 곳에 설치된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까지는 외부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돼 있다. 당연히 그 안에 있으면 바깥을 볼 수도 없다.
결국 김 감독은 모든 투수들을 한 명씩 돌아가며 다 지도한 뒤에야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오후 3시20분. 무려 4시간이 넘도록 불펜에서 선수들을 가르친 것이다. 메인구장 실내에 마련된 공간에서 이미 식어버린 도시락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한 김 감독은 그 와중에도 창문 너머로 보이는 선수들의 훈련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야 늘 이렇게 점심을 먹어와서 괜찮아.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게 걱정일 뿐이지." 김 감독은 지금 걱정이 태산같다. 시즌 개막 전까지 선수들의 기량을 미리 생각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팀에서 가장 늦게 점심을 먹으면서도 선수들을 관찰하는 데에는 그런 이유가 담겨있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