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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존슨과 이치로, 시애틀 51번에 얽힌 사연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1-08 10:17


전설적인 메이저리거 랜디 존슨이 19일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해 기념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해군

등번호 51번을 보면 일본인은 물론, 많은 한국야구팬들이 '히트 머신' 스즈키 이치로를 연상하지 않을까. 1992년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데뷔한 이치로는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해 2012년 시즌 중반 뉴욕 양키스로 이적할 때까지 51번을 달았다.

그런데 '빅유닛' 래디 존슨(52)이 7일(한국시각) 메이저리그 명예의전당 헌액이 결정되면서 재미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물론, 이치로 입장에서 그렇다는 애기다.

2m8의 장신에 시속 160km 강속구와 슬라이더로 메이저리그를 평정했던 랜디 존슨. 후보자격을 얻은 첫해에 97.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헌액이 결정된 랜디 존슨은 시애틀 소속으로 1989년부터 1998년까지 10년간 130승을 거뒀다. 랜디 존슨은 이후 휴스턴 애스트로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는데, 시애틀에서 거둔 승수가 가장 많았다. 빠른 공을 갖고 있지만 제구력 난조 때문에 장점을 살라지 못한 랜디 존슨은 시애틀 시절 초기에 3년 연속 100볼넷 이상을 기록하며 고전했다. 놀란 라이언의 조언과 각고의 노력 끝에 제구력을 잡은 그는 1995년 처음으로 사이영상을 수상하면서 랜디 존슨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시애틀 시절이 랜디 존슨의 워밍업 기간이었다면, 애리조나 시대는 선수 시절의 하이라이트였다.

이적 첫 해인 1999년 두번째 사이영상을 받은 랜디 존슨은 2002년까지 4년 연속으로 수상했다. 또 처음이자 유일하게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했다. 애리조나가 뉴욕 양키스를 꺾고 우승한 2001년 월드시리즈를 역대 가장 극적인 월드시리즈로 꼽는 이들이 많다. 그해 월드시리즈 MVP가 랜디 존슨이다.

애리조나 구단은 명예의전당 투표 결과 발표 직전에 랜디 존슨을 구단 사장 특별 보좌역에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랜디 존슨의 등번호 51번을 영구결번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보통 명예의전당에 입성하면 선수가 뛰었던 팀들은 통상 선수의 등번호를 영구결번한다. 통산 355승을 거둔 '제구력의 마술사' 그렉 메덕스의 등번호 31번은 시카고 컵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영구결번을 했다. 랜디 존슨이 10년을 뛴 시애틀도 애리조나처럼 그의 등번호 51번을 영구결번할 가능성이 높다.


뉴욕 양키스에서 FA가 된 스즈키 이치로. 사진캡처=메이저리그 홈페이지
랜디 존슨 이후 시애틀의 51번은 이치로를 의미했다. 2001년 신인왕과 정규시즌 MVP를 차지하며 '이치로 신드롬'을 일으킨 이치로는 2010년까지 10년 연속 '3할 타율-200안타'를 기록했다. 2004년에는 메이저리그 한시즌 최다인 262안타를 기록했다. 최근 미국 언론은 지난해 기준으로 이치로와 데릭 지터, 앨버트 푸홀스, 미겔 카브레라를 향후 명예의전당 헌액이 확실한 선수로 꼽았다. 이치로는 2012년 시즌 중반에 양키스로 이적한 후 31번을 달았다. 뉴욕 양키스의 51번은 1991년부터 2006년까지 간판 타자로 활약한 버니 윌리엄스의 핀 스프라이프 등번호였다. 시애틀이 랜디 존슨의 51번을 영구결번할 경우 향후 이치로가 명예의전당에 헌액된다면 애매한 상황이 연출될 것 같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자유계약선수)가 된 이치로는 아직까지 소속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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