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률 50%. 한국야구 외국인 선발 안정기 진입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4-12-29 17:27 | 최종수정 2014-12-29 17:27


최근 한국야구를 보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전에 봤던 외국인 투수들이 계속 뛰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만 봐도 밴덴헐크(삼성 라이온즈), 니퍼트(두산 베어스), 리즈(LG 트윈스), 나이트, 밴헤켄(이상 넥센 히어로즈), 옥스프링, 유먼(이상 롯데 자이언츠), 레이예스(SK 와이번스), 에릭, 찰리(이상 NC 다이노스) 등 지난해 시즌 끝까지 뛴 19명 중 10명이 한국에 남았다.

최근 외국인 선수들의 재계약률을 보면 3년 연속 50%를 넘었다. 지난 2011년에 카도쿠라(SK→삼성) 로페즈(KIA 타이거즈), 사도스키(롯데), 글로버(SK) 등 16명 중 단 4명만 재계약을 해 재계약률 25%에 그친 이후 3년간 50%가 넘는 재계약률을 보인 것.

2012년엔 16명 중 8명이 한국에 남았고, 2013년엔 니퍼트(두산), 유먼(롯데), 소사(KIA) 등 16명 중 9명이 한국 무대에서 계속 뛰게 됐었다. 한국 야구에 적응해 오래 뛰는 장수 선수들도 생겼다. 니퍼트는 올해까지 4년을 뛰었고, 유먼은 롯데에서 3년간 활약했고, 내년엔 한화에서 뛰게돼 4년 연속 한국땅을 밟는다. NC의 첫 외국인 투수였던 찰리와 에릭도 내년까지 3년 연속 창원에서 살게 됐다. 올해 다시 돌아온 외국인 타자들도 테임즈(NC) 나바로(삼성), 스나이더(LG→넥센), 필(KIA) 등 8명 중 4명이 살아남았다.

올해 본 선수들 중 절반이 내년시즌에도 뛰게 됐다. 올해 외국인 재계약 대상자는 총 26명이었다. 이중 재계약에 성공한 선수들은 총 13명이다. 정확히 50%의 재계약률이다. 12명이 계약한 상황에서 두산과 재계약 협상을 해왔던 니퍼트가 29일 150만달러라는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액에 사인하며 한국에서의 5년째 시즌을 예약했다.

50%가 넘는 선수들이 계속 한국에서 뛰는 것은 외국인 선수 뽑기에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8년부터 시작된 외국인 선수제도가 벌써 16년이 됐고, 그만큼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야구에 적합한 스타일의 선수를 찾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더라도 한국의 문화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실망스런 성적을 남기고 쓸쓸히 짐을 싼 선수들이 부지기수. 이름값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 구단들이 자세히 선수들을 보기 시작했다. 투수는 한국 타자들이 공략하기 어려운 구질들을 가졌는지와 제구력을 보고, 타자의 경우 한국 투수들이 잘 던지는 구질에 맞는 스윙 궤도와 스피드를 가졌는지를 본다. 여기에 타국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인성을 갖췄는지도 알아본다. 꼼꼼히 따져서 데려오다보니 조금씩 실패확률이 줄어들고 재계약 확률이 높아지는 것.

물론 여전히 메이저리그의 자존심만 내세운 루크 스캇(전 SK)과 같은 선수들이 오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예전보다 확연히 성공 확률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내년엔 kt가 합류하며 10개구단에서 총 31명의 외국인 선수가 활약한다. 이중 몇명이나 살아남을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LG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2회초 2사 2루서 LG 손주인의 타구를 유격수 김재호가 호수비로 잡아 아웃시키자 니퍼트가 환호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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