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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의 에이스 류제국(31). 그에게 올 한해를 정리해달라고 했더니 바로 '구사일생(九死一生·아홉번 죽을 뻔하다 한 번 살아난다는 뜻으로,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뜻)'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결국 성과를 냈다는 설명이다. 23일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 파크에서 만난 류제국은 "팀도 그렇고 나도 초반에 안 좋다가 어렵게 살아났다. 사실 시즌 초반이나 그 후에나 공은 비슷했다. 어쨌든 나중에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다"고 했다.
'주 6일 훈련' 이유있다
참 지루한 게 재활훈련이다.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 실시하다보면 짜증이 날 때도 있고, 집중이 안 될 때도 있다. 금방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재미를 찾기도 어렵다. 그런데 류제국은 지루한 재활훈련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자 노력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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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일 훈련-1일 휴식'의 빡빡한 스케줄이다. 함께 훈련중인 후배 우규민(29)이 있어 덜 외롭다고 한다. 수요일에는 오전 훈련 후 오후 외박이 가능한데. 이천 시내에 나가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정도다. 외진 곳에 위치해 따로 할 게 있는 것도 아니다. 류제국은 "인터넷 연결이 조금 원활하게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휴일은 일요일 딱 하루다. 토요일 오후 훈련을 마치고 출발해 서울 집에서 하루 묵고 일요일 저녁에 복귀한다.
아직 본격적인 하체 근력 훈련은 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달 쯤 앉아서 던지기가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사우나 시설이 있어 수중훈련이 가능한데, 무리가 가지 않고 착실하게 다리 근육을 만들어 가는 프로그램이다. 한시간 정도 물을 걷고 나면 1.5kg이 빠진다고 한다. 그가 챔피언스 파크를 찾은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시설이 갖춰져 있어서다. "오전 훈련, 오후 훈련, 야간 훈련을 마치고 나면 몸이 녹초가 된다. 규민이는 바로 골아 떨어진다"고 했다.
얼마전에 구단에 해외 훈련을 요청해놨다고 했다. 실외훈련이 가능해지는 다음달 쯤 따뜻한 곳에서 마음껏 운동을 하고 싶어서다.
자부심을 가져라
지난 여름 개장한 챔피언스 파크는 국내 최고 시설을 갖추고 있다. 돔형태의 실내훈련장, 정규규격을 갖춘 야외구장, 내야훈련장, 보조구장뿐만 아니라 재활훈련 중인 선수들에게도 최상의 환경이다. 류제국은 "우리팀 젊은 선수들이 LG에서 야구를 한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이런 좋은 시설을 갖춘 팀에서 운동을 한다는 걸 뿌듯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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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수들은 고교 때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시키는대로 운동을 한다. 이러다보니 스스로 뭘 해야할 지 모를 때가 많다. 후배들에게 무엇이든 궁금하면 물어보라고 한다. 바보같은 질문을 해도 선배나 코치님이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고, 편하게 하라고 해도 잘 안 되는 모양이다."
덕수고를 졸업하고 바로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서 10년 간 미국야구를 경험해봤기에 다양한 측면에서 한국야구를 바라볼 수 있는 것 같다.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많은 류제국이다.
현재 재활훈련 속도를 보면 4월 말이나 5월 쯤 1군 합류가 가능할 것 같다. 류제국은 "한동안 쉬다가 지난 2년 간 많이 던졌다. 이 기회에 푹 쉰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류제국의 2014년 연말에는 야구만 있는 것 같다.
이천=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