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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강정호(27)가 KBO(한국야구위원회)를 통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포스팅을 신청한 뒤 열흘이 흘렀다. 그동안 강정호를 둘러싼 기류는 상승과 하강이 뒤엉키고 있다. 500만2015달러라는 금액이 밝혀졌을 때만 해도 김광현(SK, 200만달러)이나 김광현보다 적은 금액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진 양현종(KIA)을 볼때 선전했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넥센은 다소 아쉬웠겠지만 아시아 출신 역대 야수 세번째 금액은 큰 의미가 있었다.
반면 ESPN은 "도박"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했다. 내야가 튼튼한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또 영입하는 것은 대표적인 스몰마켓인 피츠버그로선 도박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양쪽의 주장 모두 시각을 살짝 틀면 정반대의 해석이 가능하다. 주전 내야수가 이미 정해져 있고, 강정호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면 기다려준다는 표현은 어불성설이다. 벤치를 달구는 일은 한참 전성기인 강정호에겐 조바심나는 시간들일 게 분명하다. ESPN의 분석도 스몰마켓인 피츠버그가 그만한 돈을 질렀다면 그만큼 강정호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긍정적인 얘기도 된다. 물론 '위장 입찰'이라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최악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어차피 강정호는 선구자다. 동양인 내야수의 성공사례는 아직 없다. 가보지 못한 길은 늘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15세기, 16세기초 대항해 시대에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바스코다가마는 인도항로를 찾았다. 마젤란은 최초의 세계일주를 했다. 이들의 성공 뒤에는 수많은 실패와 두려움이 있었다. 성공확률은 수십분의 1, 수백분의 1 이었을 것이다.
강정호 역시 안주하려 했다면 4년간 80억원대의 거액계약이 넘쳐나는 국내에 그냥 있으면 된다. 하던대로 2년이면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를 가슴에 품는 순간 비단길 대신 가시밭길을 택한 셈이다.
피츠버그든, 뉴욕양키스든 팀에 따라 주어지는 기회에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쨌든 준비된 자만이, 자격있는 자만이 기회를 붙든다. 스포츠 1팀장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