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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의도는 따로 있었다."
이 말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권 혁이 새로운 변화구를 추가할 경우 곧바로 내년 시즌 팀의 마무리를 맡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야신'의 진짜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불펜-마무리 운용에 관한 여러가지 가능성과 시나리오가 이 말 속에 담겨있었다.
사실 투수에게 '구종 추가'는 쉬운 일이 아니다. 새 변화구를 던지는 법을 익힐 수는 있지만, 그걸 실전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새 팀에 합류해 의욕이 높은 권 혁이 엄청난 노력을 하겠지만, 내년 시즌에 당장 실전용 구종을 만들 수 있을 지는 장담키 어렵다. 투수 출신의 김 감독이 그런 어려움을 모를 리 없다. 분명히 더 깊은 의도가 담겨있을 것이다. 김 감독은 지난 21일밤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그 주문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밝혔다.
김 감독이 권 혁에게 '신무기 장착'을 주문한 건 일단, 권 혁에게 동기를 부여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다. 반드시 권 혁을 마무리로 쓰겠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권 혁이 완벽하게 새 구종을 하나 장착하면 마무리 보다는 2이닝 이상도 소화할 수 있는 필승계투의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더 크다. 마치 삼성의 안지만과 같은 역할이다. 결국은 한화의 불펜-마무리 라인을 현재보다 월등히 강하게 만들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김 감독은 "(권 혁이)구종을 하나 더 만들면 1~2이닝을 더 버텨낼 힘이 생긴다. 그렇게 된다면 중간에서 좀 더 길게 던지게 해도 되지 않나 싶다. 또 우리 팀에는 1이닝 정도는 확실히 책임져 줄 수 있는 윤규진이라는 투수도 있다. (이 조합은) 확실히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권 혁이 김 감독의 바람대로 신무기를 장착할 경우 '필승조 권 혁-마무리 윤규진'이라는 이상적인 그림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야신'의 진짜 마스터플랜이다. 이 구상이 과연 내년 시즌까지 현실로 이뤄질 지 궁금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