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포스팅은 두고 두고 회자될 것 같다. 주연 강정호-조연 히어로즈 모두 함박웃음을 짓는, 웰메이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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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히어로즈, 형님들과 어깨 나란히
넥센 히어로즈는 모기업이 따로 없이 운영되는 야구 전문 기업이다. 대부분 대기업이 뒤에 있는 구단들과 달리, 운영비 면에 있어 부족하다. 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여겨, 돈을 물 쓰듯 하는 타구단과는 살림살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히어로즈의 과감한 연봉협상에서도 이와 같은 모습이 나타난다. 구단은 성과를 낸 선수에게 이듬해 연봉으로 확실하게 보상을 한다. 물론 기여도가 낮으면, 그에 따라 냉정한 평가를 한다. 성과주의가 확실하게 자리잡았기에 잡음은 없다. 오히려 선수들에겐 '연봉 대박'이라는 확실한 동기 부여가 생기게 된다.
넥센은 올해 연봉 총액(신인, 외국인 선수 제외)에서 7위를 차지했다. 전년도 8위에서 한 계단 상승. 순위는 여전히 낮지만, 전체 선수단 연봉 규모가 50억원대로 올라오면서 기존 구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연봉 총액 기준 60억원 이상을 쓴 구단은 삼성 라이온즈(75억8700만원), LG 트윈스(64억4700만원), 롯데 자이언츠(62억6600만원) 뿐이다. 넥센은 52명에게 총 51억3900만원을 지출해 평균 9883만원을 연봉으로 지급했다. 전년도에 비해 평균연봉 인상률이 20.1%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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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구단 운영비가 기존 구단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매년 오르는 팀 성적과 함께 치솟는 선수들의 몸값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수직상승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012시즌 이택근 이후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이 전무하지만, 주축 선수들의 몸값은 FA 선수들 못지 않게 상승했다.
올시즌 넥센의 팀내 연봉 1위는 FA로 4년 50억원을 받은 이택근(7억원)이다. 이후 순위를 보면, 4번타자 박병호가 5억원,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4억3000만원, 여기에 강정호가 4억2000만원을 받았다. 팀내 연봉 2~4위가 FA가 아님에도 그들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몸값을 받고 있었다.
만약 강정호가 남는다면, 넥센은 연봉 총액 규모로 인해 고민했을 것이다.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넥센 선수들은 각종 기록을 양산했다. 특히 11년만에 50홈런 고지를 밟은 박병호, 최초의 40홈런 유격수가 된 강정호에게 얼마의 인상폭을 안겨야 할까.
강정호가 한국 프로야구에 잔류했다면, 넥센은 두 스타의 연봉 책정으로 인해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2년 뒤 FA가 되는 강정호를 타구단에 뺏기는 것보다는 해외 리그에서 국위선양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나은 선택이다. 만약 강정호가 향후 국내로 유턴할 경우, 넥센 소속으로 4년을 더 뛰어야 FA 자격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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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넥센이 단순히 몸값 부담으로 인해 강정호를 해외에 진출시키려 한 것은 아니다. 2006년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현대 유니콘스에 지명된 강정호는 2008년 창단한 히어로즈의 창단 초 암흑기의 중심에 있던 선수다. 구단의 성장과 함께 궤적을 함께 그려온 히어로즈의 원조 프랜차이즈 스타다.
이런 선수를 타구단에 뺏긴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단 구단 동의 아래 7년차 해외 진출을 할 경우, 복귀는 원 소속팀으로 해야 한다. 향후 프랜차이즈 스타와 다시 함께 간다는 명분이 있다.
야구 전문 기업 히어로즈를 이끄는 이장석 대표는 강정호를 시작으로, 소속 선수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후원한다는 생각이다. 현실적인 고민도 있지만, 그보다는 전세계에서 야구 잘한다는 선수들이 다 모이는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선수, 그것도 넥센 출신 선수가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강정호는 그가 누구보다 아꼈던 선수 중 한 명이다. 현대 시절 자리를 못 잡고 방황하던 신인에서, 히어로즈 창단 이후 주전 유격수로 도약해 매년 성장을 거듭한 '효자'다.
그래서 넥센은 시즌 전부터 강정호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부터 여러 루트를 활용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강정호에게 관심을 갖도록 환경을 조성했고, 강정호를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 스프링캠프에 참가시켜 일본 쪽에서도 관심을 갖도록 했다.
이를 통해 해외 스카우트들은 시즌 내내 목동구장을 찾았다. 일찍부터 에이전트사인 옥타곤 월드와이드와 구단 사이에 소통도 원활했다. 구단이 적극적으로 '강정호 세일즈'에 나섰기에 이러한 환경이 가능했던 것이다. 결국 메이저리그에서 일본 출신 내야수들의 연이은 실패로 불안감이 조성된 상황에서도 당당히 포스팅 금액 500만달러를 넘어설 수 있었다.
넥센은 이제 '제2, 제3의 강정호'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대표의 바람대로 히어로즈 출신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우뚝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야구 전문 기업 히어로즈의 또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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