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체계적이고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느라…."
시상식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한화 이글스 선수들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모두가 박장대소했다. 참석자가 단 한 명도 없음에도 충분히 '존재감'을 보였다.
|
2군 선수들에 대한 시상이 먼저 진행됐다. 그런데 한화 이글스 선수들은 이름만 불리고 아무도 참석하지 못했다. 남부리그 최다승리투수상을 차지한 이동걸(10승)을 시작으로 남부리그 최다홈런상 박노민(11홈런) 역시 이름만 불렸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신인 김성근 감독의 지휘 아래 마무리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상식 진행을 맡은 임경진, 배지현 아나운서는 한화 선수들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지금 먼 곳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현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김성근 감독을 떠올리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곧이어 1군 타이틀 홀더들에 대한 시상이 진행됐다. 1군 선수들 역시 열외는 없었다. 최고출루율상(4할6푼3리)을 차지한 김태균도 상을 받아가지 못했다. 배지현 아나운서는
"아시다시피 체계적이고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느라…"라고 했고, 행사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
동생 대신 무대에 오른 유원상은 "제 상도 아닌데 이 자리에 처음 오게 돼 영광이다. 내년에는 제 상을 받도록 하겠다. 경찰 야구단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대신 드리겠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유원상이 마지막으로 언급한 경찰 야구단 감독은 두 형제의 아버지인 유승안 감독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수상소감은 넥센 히어로즈의 강정호였다. 장타율상(7할3푼9리)을 수상한 강정호는 짧고 굵게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하고 빠르게 무대를 내려갔다. 이날의 주인공들을 위해 '쿨'하게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