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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FA 이적=실패? 올해는 공식이 깨진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11-19 11:37


14년의 역사를 가진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투수 FA'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특히 타팀으로 이적한 FA 투수 중에선 성공사례를 찾기가 힘들다. 이러한 '학습효과'로 인해 상대적으로 타자에 비해 투수들은 FA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선발투수의 경우에는 지난 7년간 FA 이적도 없었다. 억 소리 나는 FA 시장, 올해 투수들은 어떨까.


삼성과 넥센의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이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삼성 윤성환이 1회말 넥센 서건창의 타구를 호수비로 잡아낸 중견수 김헌곤에게 고마움의 손짓을 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11.11/
일단 FA 선발투수의 이적이 8년만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6년 말 박명환(현 NC 다이노스)이 두산 베어스에서 LG 트윈스로 4년간 40억원(옵션 2억원 포함)에 이적한 게 마지막이었다. 원 소속팀에서 '지키기'에 나섰지만,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과 롯데 자이언츠 장원준은 시장에서 최고의 가치를 지닌 상품들이다.

매년 액수가 높아지는 FA 시장에서 투수들은 왜 이렇게 외면받았을까.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이라는 인식이 배경에 자리한다. 지난 2000시즌부터 시작된 FA 제도에서 소속팀에 잔류한 투수 FA들은 그럭저럭 성과를 냈지만, 이적한 경우에는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사실 전 소속팀에서는 해당 투수의 몸상태를 보다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다. 그동안 관리를 통해 해당 선수의 부상 위험도, 향후 지속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다. 냉철하게 판단해 합리적인 금액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선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다른 팀은 과거와 현재만을 보고 영입을 시도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적한 사례가 많은 건 아니었다. 투수들이 FA를 선언할 정도가 되면, 이미 몸상태가 바닥을 친 경우가 많았다. 투수 분업화가 정착되기 전, 즉 투수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과거엔 10년 가량 뛴 투수들은 가치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였다.

2003시즌 후 4년간 30억원(옵션 4억원 포함)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KIA 타이거즈에서 LG로 이적한 진필중은 당대를 주름 잡았던 최고의 마무리투수였다. 하지만 LG 이적 후 급격한 내리막을 탔고, 조용히 은퇴했다. 진필중 다음으로 이적한 케이스였던 박명환도 처참히 실패하고 말았다.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2014 프로야구 경기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선발투수 장원준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cjg@sportschosun.com/2014.08.30/
그래도 투수 분업화로 인해 불펜투수들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2012시즌부터는 중간계투들의 FA 이적이 많아졌다. 2011년 말 정대현 이승호(SK→롯데), 송신영(LG→한화), 임경완(롯데→SK), 2012년 말 정현욱(삼성→LG)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성공했다고 보기는 힘든 성적을 남겼다.


지난해 장원삼은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소속팀 삼성에 잔류하면서 4년간 60억원이라는 역대 투수 FA 최고액(종전 박명환)을 받았다. 모처럼 나온 '투수 FA 대박'이었다.

강속구 투수가 아닌 장원삼은 FA 이후에도 롱런할 가능성이 높은 투수다. 투구폼이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구속보다는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투수들은 10년 가까이 뛰어도 아직은 효용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올해 투수 FA 시장에서도 '제2의 장원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선발요원인 윤성환과 장원준 모두 부드러운 투구폼이 강점인 투수들. 특히 윤성환 같은 경우엔 빠르지 않은 공에도 볼끝과 완벽한 컨트롤로 최고의 투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장원준은 좌완의 이점이 있다.

원 소속팀에서 이들을 붙잡는데 실패한다면, 이들의 주가는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실패만 가득했던 투수 FA 이적 시장에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

예전과는 다른 실패 가능성이 적은 확실한 FA 투수들, 이들이 선구자가 될 수 있을까. FA 시장 개장과 함께 이들의 행보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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