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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의 불꽃같은 2014년 시즌이 끝났다. 그렇게 열망했던 한국시리즈 우승이 손에 잡힐 듯 했지만, 끝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다 잡은 경기를 후반 집중력 부족으로 두 번이나 놓친 게 아쉬웠다.
출범 첫 해인 2008년 7위에 그쳤는데, 2009년 6위, 2010년 7위에 머물렀고, 2011년 꼴찌로 추락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주축선수인 장원삼과 이현승 이택근이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재정적인 어려움에 따른 고육지책이었고,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당연히 "선수를 팔아 팀을 운영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돌아보면 이 모든 게 정상 도전을 위한 준비 과정처럼 보인다.
그랬던 히어로즈가 페넌트레이스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명가 삼성에 맞섰다. 모든 면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볼 수밖에 없는 맞대결이었다. 경험 부족에 운까지 따라주지 않아 우승에 실패했지만, 시리즈를 팽팽하게 끌어가면서 '강팀' 히어로즈의 면모를 보여줬다.
지난 해 염경엽 감독 부임 후 히어로즈 야구는 탄력을 받았다. 단순히 치고 달리는 야구가 아니라 생각하는 야구로 업그레이드가 됐다. 시즌을 돌이켜보면, 위기가 많았지만 그때마다 슬기롭게 헤쳐나갔다. 시즌 초반 부진에 빠진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를 과감하게 헨리 소사로 교체한 게 딱 들어맞았다. 외야수인 비니 로티노를 포수로 활용해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 서건창 유한준 김민성 앤디 밴헤켄 한현희 조상우 손승락. 히어로즈하면 하면 금방 떠오르는 얼굴들이다. 스타 한 명 없었던 팀이었는데 이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넘쳐난다. 박병호와 강정호 서건창 밴헤켄이 정규시즌 MVP 후보에 올랐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시상하는 투타 14개 개인 타이틀 중에서 10개를 히어로즈 선수가 가져갔다.
지금까지 정상을 향해 힘차게 달려왔다. 이번 실패가 히어로즈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히어로즈는 내년 시즌이 더 기대가 되는 팀이다. 진짜 히어로즈 야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