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같은 2014년, 넥센은 패자가 아니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4-11-11 22:05


8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과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7회말 1사서 넥센 유한준이 좌중월 솔로홈런을 친 후 덕아웃에서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sun.com / 2014.11.08.

넥센 히어로즈의 불꽃같은 2014년 시즌이 끝났다. 그렇게 열망했던 한국시리즈 우승이 손에 잡힐 듯 했지만, 끝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다 잡은 경기를 후반 집중력 부족으로 두 번이나 놓친 게 아쉬웠다.

시리즈 전적 2승4패.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염경엽 감독이 4승2패 우승을 전망했는데,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 하지만 고개를 떨굴 필요는 없다. 우승을 내줬지만, 히어로즈는 박수를 받아야 마땅한 팀이다.

3년 전인 2011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팀 출범 4년째인 2011년 히어로즈는 7위에 8경기나 뒤진 최하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쳤다. 스타로 꼽을 만한 선수도 없었고, 외부에서 봤을 때 희망이 없어 보였다. 누가봐도 히어로즈는 만년 하위팀, 비전이 없는 팀이었다.

출범 첫 해인 2008년 7위에 그쳤는데, 2009년 6위, 2010년 7위에 머물렀고, 2011년 꼴찌로 추락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주축선수인 장원삼과 이현승 이택근이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재정적인 어려움에 따른 고육지책이었고,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당연히 "선수를 팔아 팀을 운영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돌아보면 이 모든 게 정상 도전을 위한 준비 과정처럼 보인다.

그랬던 히어로즈가 페넌트레이스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명가 삼성에 맞섰다. 모든 면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볼 수밖에 없는 맞대결이었다. 경험 부족에 운까지 따라주지 않아 우승에 실패했지만, 시리즈를 팽팽하게 끌어가면서 '강팀' 히어로즈의 면모를 보여줬다.

히어로즈가 걸어온 길을 보면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2012년 정규시즌 6위로 가능성을 보여주더니, 지난 해 3위로 도약했다. 차근차근 근육을 키우자 힘이 붙었고, 정상 도전이 가능한 팀이 됐다. '만년 유망주' 박병호를 영입해 타선의 중심을 잡았고, 신고선수 서건창은 최고의 1번 타자로 성장했다. 롯데 자이언츠 백업선수였던 김민성은 주축타자로 컸고,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뽑은 고졸 3년차 한현희, 2년차 조상우는 지금 히어로즈의 중심 투수다.

지난 해 염경엽 감독 부임 후 히어로즈 야구는 탄력을 받았다. 단순히 치고 달리는 야구가 아니라 생각하는 야구로 업그레이드가 됐다. 시즌을 돌이켜보면, 위기가 많았지만 그때마다 슬기롭게 헤쳐나갔다. 시즌 초반 부진에 빠진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를 과감하게 헨리 소사로 교체한 게 딱 들어맞았다. 외야수인 비니 로티노를 포수로 활용해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 서건창 유한준 김민성 앤디 밴헤켄 한현희 조상우 손승락. 히어로즈하면 하면 금방 떠오르는 얼굴들이다. 스타 한 명 없었던 팀이었는데 이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넘쳐난다. 박병호와 강정호 서건창 밴헤켄이 정규시즌 MVP 후보에 올랐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시상하는 투타 14개 개인 타이틀 중에서 10개를 히어로즈 선수가 가져갔다.


지금까지 정상을 향해 힘차게 달려왔다. 이번 실패가 히어로즈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히어로즈는 내년 시즌이 더 기대가 되는 팀이다. 진짜 히어로즈 야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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