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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주마가편'이라는 사자성어도 있다. 달리는 말이 더 빨리, 그리고 오래 뛰게 하려고 기수는 회초리를 든다.
그런데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손승락은 정규시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심리적 데미지를 입었다. 바로 10일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9회말 2사후 끝내기 역전타를 얻어맞은 것이다.
이날 손승락의 첫 모습은 막강했다. 8회말 무사만루의 절체절명 위기상황에 등장해 박석민-박해민-이흥련을 모두 가볍게 범타 처리했다. 박석민은 유격수 인필드플라이, 박해민은 1루수 땅볼, 이흥련은 2루수 땅볼. 타구가 모두 내야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손승락의 구위는 좋았다. 자신감도 넘쳤다.
똑같은 블론세이브라고 해도 이건 얘기가 좀 다르다. 정규시즌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경기고, 또 그만큼 팀의 데미지도 크다. 선수가 받을 충격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이 블론세이브는 믿었던 동료 강정호의 실책에서부터 비롯됐다. 손승락의 심리적 충격은 클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우려되는 게 앞으로 손승락이 어떤 모습을 보일까 하는 점이다. 한국시리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넥센이 2승3패로 몰려 있지만, 2연승으로 기적같은 역전우승을 거두지 말란 법이 없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다.
다만, 이 시나리오가 완성되려면 손승락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뒷문을 든든히 막아줘야만 역전 시나리오가 현실로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 5차전의 충격이 이런 역할을 해야하는 손승락에게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건 넥센 코칭스태프의 숙제다. 손승락의 심리적 데미지를 얼마나 빨리, 그리고 효율적으로 제거하느냐에 따라 대역전 시나리오의 완성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