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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넥센 믿는 타격에 발등찍히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10-29 12:32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4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이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5회말 2사 넥센 박병호가 유격수 직선타로 아웃된 후 허탈해하고 있다.
5전 3선승제로 치러지는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선발로 LG는 우규민을 넥센은 소사를 내세웠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10.27/

프로야구 감독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절대진리가 있다. 늘 이런 말을 한다. "방망이는 믿을 수 없다."

이 말을 오해하면 곤란하다. 이건 타자들을 불신하는 발언이 아니다. 야구의 속성을 정확하게 짚어낸 문장일 뿐이다. 원래 타격이라는 것은 항상성과는 거리가 멀다. 꾸준히 비슷한 결과를 이어가지 않는다. 이른바 타격의 사이클 이론이다. 마치 수학의 사인곡선처럼 타자들의 타격감은 좋을 때와 안 좋을 때가 교차된다.

그런데 이 고저의 타이밍을 수치화할 수는 없다. 개인의 컨디션과 집중도에 따라 불규칙하게 달라진다. 그래서 타자들은 열 번의 시도 중에 세 번만 성공해도 일류라고 한다. 그게 바로 '3할 타자'다.

결국 팀을 이끄는 감독들이 꾸준한 성적을 위해서는 이처럼 기복이 속성인 타격보다는 그래도 어느 정도 일관된 꾸준함을 보이는 투수력에 기반을 둬야 한다. "방망이는 믿을 수 없다."는 건 바로 이런 운영 원리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이건 단기전에서 더욱 극명하게 입증된다. 특히 포스트시즌의 압박감은 정규시즌과는 차원이 다르다. 또 투수들의 집중력도 한층 커진다. 타자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기가 상당히 힘든 구조의 게임이다. 이런 상황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막강한 화력으로 소속팀 넥센 히어로즈의 정규시즌 2위를 이끈 중심타선의 플레이오프 침묵을 설명할 수 있다.

현재 넥센은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LG가 밀리지 않는다. 더구나 넥센의 홈구장인 목동에서 2경기를 치러 1승1패로 팽팽히 맞섰다. LG로서는 대성공이다. 원정 1승1패는 매우 준수한 결과다. 반면 넥센으로서는 팀의 외국인투수 원투펀치를 내고도 1승밖에 챙기지 못했다는 박탈감이 크다.

이런 결과는 넥센 중심타선의 침묵과 관련이 깊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무려 92홈런, 241타점을 합작해낸 공포의 4, 5번 박병호-강정호 '호호 콤비'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 2차전에서 홈런은 단 1개도 치지 못했다. 박병호는 7타수 1안타로 극도의 부진을 기록했다. 삼진을 무려 3개나 당했다. 2차전이 최악이었다. 4타수 무안타에 2삼진이었다.


28일 목동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넥센 밴 헤켄과 LG 신정락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2회 1사 LG 신정락이 넥센 강정호를 삼진으로 처리하고 있다.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0.28
강정호 역시 8타수 3안타로 정규시즌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두 선수 모두 타점은 하나도 올리지 못했다. 결국 넥센의 '믿는 도끼'라고 할 수 있는 박병호-강정호가 침묵하다보니 넥센은 수 많은 득점찬스를 허무하게 날릴 수 밖에 없었다. 사실 6대3으로 이긴 1차전도 대타 윤석민의 스리런 홈런이 아니었더라면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기였다.


결과적으로 2차전의 2대9 패배도 중심타선의 침묵이 상당히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팀의 에이스 밴헤켄이 7⅓이닝 동안 10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3실점(2자책)으로 호투하면서도 패전투수가 된 건 6회까지 1점도 못 뽑은 타선 탓이다. 그리고 그 책임의 상당부분은 바로 '믿는 도끼' 박병호-강정호 콤비가 고개를 숙였기 때문에 발생했다.

잠실로 이동해 치르는 3, 4차전에서는 시리즈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 만약 여기에서도 '호-호 콤비'가 침묵한다면 넥센은 패배를 면하기 어렵다. 말 그대로 믿는 도끼에 발등을 제대로 찍히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이들의 부활은 넥센 승리의 절대 선결조건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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