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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신정락은 28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등판해 7이닝 2안타 10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 9대2 승리를 이끌었다. 노히트노런 달성 실패의 아픔을 완전히 날린 역투였다.
사실 경기 전에 걱정의 시선이 많았다. LG는 1차전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그리고 상대 선발은 20승 투수 앤디 밴헤켄이었다. 모든 상황이 넥센에 유리해 보였다.
신정락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2010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고려대 시절 대학 최고의 투수였다. 날카롭게 휘어지는 슬라이더가 일품이었다. 다들 마구라고 했다. 하지만 신정락은 그 슬라이더를 포기해야 했다. 사이드암이지만 스리쿼터에 가까운 팔 높이. 구속은 나왔지만 제구가 불안했다. 프로에서 제구력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느꼈다. 많은 기대 속에 입단했지만 그저 그런 투수로 전락하나 싶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앞두고 과감하게 변신을 시도했다. 팔을 내렸다. 제구를 위해 구속을 포기했다. 자연스럽게 슬라이더를 던질 수 없는 팔 각도가 됐다. 하지만 새 마구가 생겼다. 슬라이더의 휘는 각도와 유사한 커브가 생겼다. 팔이 내려가면서 공을 챌 때 아래에서 위로 퍼올리는 그립이 돼 커브 구사가 용이했다. 신정락의 넥센전 결정구는 커브였다. 넥센 우타자들은 커브를 보는 순간 자신에게 공이 날아오는 것과 같은 느낌에 움찔했다. 그리고 스트라이크존을 파고 드는 공을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맥없이 스윙을 했다. 좌타자들은 바깥쪽에서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백도어 커브에 속수무책이었다.
신정락은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부터 양상문 감독의 신임을 받으며 중용됐다. 사실 신정락이 이번 포스트시즌 이렇게 좋은 활약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스프링캠프가 문제였다. 지난해 선발로 9승을 거두며 가능성을 보였는데, 김기태 전 감독 등 코칭스태프가 선발과 중간을 동시에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멘붕'이 왔다. 부상까지 겹쳤다. 4월에 단 2경기에 나선 후 7월 28일까지 공을 던지지 못했다.
하지만 낙심하지 않았다. 김 전 감독이 자신을 망치려 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힘을 냈다. 김 전 감독은 군에 입대해야 하는 나이가 된 신정락을 어떻게든 인천아시안게임 대표로 만들고 싶었다. 선발보다 중간 투수가 유리해 보였다. 이 때문에 어려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7월 말 복귀한 신정락은 차근차근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LG가 모든 힘을 모아야 했던 정규시즌 막판에 최상의 몸을 완성했다. 그리고 대형사고를 쳤다. 올시즌 연봉 1억원. 정규시즌 성적은 1승3패 평균자책점 6.66으로 형편없었지만 이날 승리로 연봉값 다했다.
신정락은 이번 시즌 종료 후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수행하게 된다. 구단도, 팬들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제 군에 입대하기 전 신정락의 남은 미션은 하나다.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다시 한 번 '인생역투'를 펼치는 것이다.
목동=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