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엘넥라시코'는 달랐다.
염경엽 적절한 교체로 위기를 돌파하다
일찌감치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27일 1차전을 준비했던 염 감독은 준PO가 5차전까지 가지 않기를 바랐다고 했다. 보통 준PO가 5차전까지 가 상대팀이 체력을 소진하길 바라지만, 염 감독은 상대가 아닌 넥센 선수들의 컨디션을 생각했다. 27일에 맞춰 투수를 준비시키고 타자들도 그에 맞게 준비를 했는데, 만약 준PO가 5차전까지 넘어가 PO 1차전이 29일로 미뤄지면 선수들의 컨디션이 엉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행히 준PO가 4차전으로 끝나 염 감독의 바람대로 27일 1차전이 열렸다. 하지만 중반까지는 염 감독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조상우가 위기를 넘기면서 마운드에 안정을 가져오자 6회말 찬스가 왔다. 그리고 염 감독은 적절한 대타 카드로 결국 승부를 뒤집었다. 강정호의 내야안타와 김민성의 사구로 만든 무사 1,2루서 이성열의 우전안타로 1점을 따라붙자 이어진 무사 1,2루서 8번 박헌도 타석 때 왼손 서동욱을 대타로 냈다. 서동욱의 역할은 희생번트였다.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박헌도보다는 경험이 풍부한 서동욱에게 번트를 맡긴 것. 서동욱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3루서 염 감독은 9번 박동원 타석 때 윤석민 카드를 냈다. 대타 카드 중 가장 믿을 수 있는데다 한방까지 갖춘 윤석민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내야할 카드. 염 감독은 그때라고 판단해 윤석민을 냈고 그것은 역전 스리런포라는 짜릿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또 8회에 마무리 손승락을 올려 정규시즌과 다른 투수운용을 선보였다.
양상문 변화무쌍한 작전으로 넥센의 허를 찌르다
양 감독은 2004∼2005년 롯데 자이언츠를 지휘했고, 2010년까지 투수코치를 한 뒤 방송 해설가로 활동했다. 김기태 감독의 갑작스런 사퇴로 공석이 된 LG 사령탑에 갑자기 임명돼 현장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양 감독은 부임 당시 꼴찌였던 LG를 4위 팀으로 만드는 기적을 연출했다. 그리고 NC를 누르고 PO까지 진출시켰다. 오랜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감독답지 않은 다양한 작전으로 준비된 감독이었음을 입증했다.
3회초 넥센의 수비진을 완전히 교란시켰다. 볼넷 2개로 만든 무사 1,2루서 2번 김용의는 희생번트 자세를 취했다. 넥센의 수비진은 김용의가 100% 번트를 댈 것으로 예상했다. 준PO에서 양 감독이 보여준 작전들 때문이었다. 양 감독은 번트가 필요한 상황에선 대부분 정직하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넥센은 1루와 3루수가 홈으로 뛰어오고 유격수가 3루, 2루수가 1루 베이스 커버를 하는 100% 희생번트 수비를 했고, 양 감독은 이 상황에서 위장 번트인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 작전을썼다. 넥센 선발 소사가 공을 던지자 1,2루 주자는 모두 뛰었다. 김용의는 번트가 아닌 방망이를 돌렸다. 그런데 타구가 투수쪽으로 가면서 1루로 뛰던 2루수 서건창이 공을 잡기 위해 다시 2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을 잡은 소사는 주자들의 스타트가 빨라 주자를 잡을 수 없게 되자 1루를 쳐다봤으나 공을 받을 야수가 없었다. 투수 앞 땅볼이 안타가 됐다. 넥센 선수들은 멘붕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역전타를 친 4번 이병규(7번)의 앞선 주자 추월이란 어이없는 실수로 대량 득점의 찬스가 날아갔으나, 넥센 선수들에게 큰 충격을 준 3회였다.
6회초 수비에서도 LG는 넥센을 당황시켰다. 3-2로 쫓긴 무사 1,2루서 대타 서동욱이 번트자세를 취하자 LG 역시 번트 수비에 들어갔다. 1루와 3루수가 모두 전진 수비를 했지만 정작 투수가 공을 던질 땐 3루수만 뛰어들어오고 유격수가 3루 커버에 들어갔다. 보통 1,2루서는 3루쪽으로 번트를 대기 때문. 초구 볼을 고르고 2구째엔 반대였다. 1루수가 뛰어들어오고 3루수는 그 위치를 지켰다. 3루수가 뛰어들어온 것을 본 서동욱이 2구째엔 1루쪽으로 댈 것으로 예상한 것. 번트 대기 좋은 높은 공이 왔으나 생각하지 못한 1루수가 뛰어들어오자 서동욱은 제대로 맞히지 못하고 파울이 됐다. 3구째에 서동욱이 좋은 번트를 대 주자가 진루에 성공했지만 양 감독의 작전에 넥센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감독의 지략 대결은 누구의 승리로 끝날까. 양팀 감독의 치열한 머리 싸움으로 후끈 달아오른 엘넥라시코다.
목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