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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교체를 잘못한 제 잘못입니다."
양 감독이 복기한 것은 이날 경기 3-1로 앞서던 6회. 잘던지던 선발 우규민이 선두타자 강정호의 강습타구에 맞아 교체되면서부터였다. 사실,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양 감독은 투구수가 많았던 우규민을 강정호까지 상대하게 한 후 교체하려 했다. 이미 불펜에서 정찬헌이 몸을 풀고 있었다. 사실상 정상적인 투수교체 타이밍.
하지만 정찬헌이 흔들렸다. 정찬헌은 신정락 중용으로 준플레이오프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구위는 좋은 투수지만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강정호와 김민성의 연속 출루로 생긴 무사 1, 2루 위기. 이성열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무사 1, 3루 찬스가 이어졌다. 하지만 양 감독은 흔들리는 정찬헌을 바꾸지 않았다. 경기를 길게 봤다. 구위가 좋은 투수이기 때문에 힘으로 이겨내리라 계산했다. 또, 경기가 남아있기에 정찬헌이 동점까지 준다고 해도 불펜 싸움에서 앞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큰 변수가 있었다. 홈런. 대타 윤석민이 희생플라이가 아닌 스리런 홈런을 때려버렸다. 양 감독의 계산이 완전히 어긋나는 순간이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단기전 특성으로 짧게 짧게 가져가던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쳤다.
양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플레이오프에서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많이 던지지 않은 정찬헌 유원상 등이 불펜의 중심이 돼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양 감독은 경기 전 구상대로 경기를 풀려 했다. 하지만 단기전은 변수가 많다. 순간순간 감독의 번뜩이는 판단이 팀 승패를 가른다. 1차전 패배가 양 감독에게는 약이 됐을 것이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쓴 약을 마신 넥센 염경엽 감독이 1차전 독한 야구를 했던 것 처럼.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