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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중에도 불협화음을 내더니, 시즌 종료 후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사건 이후 롯데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됐다. 색안경을 끼고 서로를 바라봤다. 코칭스태프 사이에선 파벌의 골이 깊어졌다. 구단 프런트와 친분이 두터웠던 권두조 수석코치와 공필성 코치는 외톨이가 됐다. 김시진 감독을 따랐던 코치들과 선수들은 권 수석코치와 공 코치가 정치색이 강하다고 비난했다. 이런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면서 성적은 4강권 밖으로 떨어졌다. 그 과정에서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을 두고 감독과 프런트 사이에서 오간 논의 내용이 여과없이 외부로 흘러나갔다.
김시진 감독은 자기 사람인 코치들을 보직변경할 경우 사퇴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고 물러섰다. 프런트는 만약의 경우을 대비해 공필성 코치 대행체제를 준비했는데, 이 사실이 또 외부로 흘러나갔다.
주장인 박준서는 17일~18일 두차례 최하진 롯데 구단 사장을 만나 5월 사건에 대해 잘못한 부분을 사과했다. 선수들이 나서 야구계 선배인 수석코치를 몰아낸 듯 비춰진 것에 대해 잘못한 부분이 있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구단 프런트도 선수들과 일부 코칭스태프의 불편한 관계를 알면서도 빨리 조치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인정했다. 그러면서 내년 시즌을 위해 서로 합심해서 잘 하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리고 1주일이 흘렀다. 롯데 선수단은 프런트의 감독 선임 작업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분위기가 내부 승진 쪽으로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불안해했다. 이런 시기에 고참선수들이 또 단장을 면담했다. 26일 배재후 단장이 선수들을 만났다. 많은 얘기가 오갔는데 골자는 이것이다. "5월 사건에 대해 서로 잘못한 부분이 있으니 사과하고 앞으로 잘 해보자. 하지만 권두조 수석코치와 공필성 코치는 선수들과 껄끄러운 부분이 있다. 선수들의 입장을 이해해달라. 하지만 선수들이 감독과 코치 선임에 대해 개입하고 싶지는 않다. 구단의 결정을 따르겠다."
롯데 선수들은 왜 공필성 코치를 이토록 싫어하는 걸까. 롯데 선수들과 친분이 두터운 한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싫어하는 실체는 별로 없다. 공 코치가 투수들의 훈련 방식과 태도를 두고 정민태 투수 코치와 신경전을 벌인 일은 있었다. 공 코치가 정 코치에게 사과를 했지만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선수들은 공 코치가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걸 보고 선입견을 갖고 됐다."
공 코치의 능력에 대해 평가는 뒤로 밀렸다. 선수들은 일단 자신들과 노선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공 코치가 사령탑에 올랐을 때 당할 불이익을 걱정했다고 봐야할 것 같다. 또 5월 사건으로 당할 불이익을 염려하고 있다. 일부에선 구단의 누군가 '선수들을 혼내주겠다'고 말했다는 루머가 돌고돌아 선수들의 귀에 전달됐고, 이로 인해 자극을 받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롯데는 사령탑이 공석 중이다. 한 야구인은 "감독 선임에 구단이 선수들 눈치까지 봐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