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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끝없는 내홍, 진실은 이것이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4-10-27 17:30


롯데 자이언츠가 2014시즌 계속 구단 내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5월말에는 원정 숙소 내 CCTV(폐쇄회로TV) 체크를 두고 책임소재를 따지는 과정에서 권두조 수석코치가 현직을 떠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 일로 인해 선수단과 프런트, 경영진 간의 신뢰에 금이 갔다. 그 사건의 실체는 진실과 달리 외부로 알려졌다. CCTV를 통해 선수들의 원정 숙소 출입 현황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건 롯데 구단 경영진이었다.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프로야구 롯데와 두산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두산이 롯데에 12대1로 승리했다. 반게임차 4위를 지키고 있는 롯데 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7.29

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중에도 불협화음을 내더니, 시즌 종료 후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말에는 원정 숙소 내 CCTV(폐쇄회로TV) 체크를 두고 책임소재를 따지는 과정에서 권두조 수석코치가 현장에서 물러났다. 그 일로 인해 선수단과 프런트, 경영진 간의 신뢰에 금이 갔다. 사건의 실체는 진실과 다르게 외부로 알려졌다. CCTV를 통해 선수들의 원정 숙소 출입 현황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건 롯데 구단 경영진이었다. 구단 경영진은 선수들이 외출했다가 늦게 복귀하는 선수들의 실태를 점검하고 싶었던 것이다. 실무진에선 의도와 상관없이 선수들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만류했지만, 호텔 측의 도움받아 현황을 체크했다. 권두조 수석코치가 총대를 맸다.

그게 발단이 돼 선수들이 5월 말 원정경기 보이콧을 무기로 구단 경영진과 담판을 지었다. 경영진과 선수들은 그 자리에서 하지 말았어야 할 거래를 하고 말았다. 경영진은 선수들에게 CCTV건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면 깔끔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런데 사과 대신 선수단의 요구 조건을 수용했다. 선수단은 이 때만해도 CCTV건의 주체를 몰랐고, 총대를 맨 권두조 수석코치와 프런트의 징계를 요구했다. 경영진이 선수들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이 사건 이후 롯데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됐다. 색안경을 끼고 서로를 바라봤다. 코칭스태프 사이에선 파벌의 골이 깊어졌다. 구단 프런트와 친분이 두터웠던 권두조 수석코치와 공필성 코치는 외톨이가 됐다. 김시진 감독을 따랐던 코치들과 선수들은 권 수석코치와 공 코치가 정치색이 강하다고 비난했다. 이런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면서 성적은 4강권 밖으로 떨어졌다. 그 과정에서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을 두고 감독과 프런트 사이에서 오간 논의 내용이 여과없이 외부로 흘러나갔다.

김시진 감독은 자기 사람인 코치들을 보직변경할 경우 사퇴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고 물러섰다. 프런트는 만약의 경우을 대비해 공필성 코치 대행체제를 준비했는데, 이 사실이 또 외부로 흘러나갔다.

결국 롯데는 지난 9일 4강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17일 김시진 감독이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주장인 박준서는 17일~18일 두차례 최하진 롯데 구단 사장을 만나 5월 사건에 대해 잘못한 부분을 사과했다. 선수들이 나서 야구계 선배인 수석코치를 몰아낸 듯 비춰진 것에 대해 잘못한 부분이 있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구단 프런트도 선수들과 일부 코칭스태프의 불편한 관계를 알면서도 빨리 조치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인정했다. 그러면서 내년 시즌을 위해 서로 합심해서 잘 하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리고 1주일이 흘렀다. 롯데 선수단은 프런트의 감독 선임 작업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분위기가 내부 승진 쪽으로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불안해했다. 이런 시기에 고참선수들이 또 단장을 면담했다. 26일 배재후 단장이 선수들을 만났다. 많은 얘기가 오갔는데 골자는 이것이다. "5월 사건에 대해 서로 잘못한 부분이 있으니 사과하고 앞으로 잘 해보자. 하지만 권두조 수석코치와 공필성 코치는 선수들과 껄끄러운 부분이 있다. 선수들의 입장을 이해해달라. 하지만 선수들이 감독과 코치 선임에 대해 개입하고 싶지는 않다. 구단의 결정을 따르겠다."


롯데 선수들은 왜 공필성 코치를 이토록 싫어하는 걸까. 롯데 선수들과 친분이 두터운 한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싫어하는 실체는 별로 없다. 공 코치가 투수들의 훈련 방식과 태도를 두고 정민태 투수 코치와 신경전을 벌인 일은 있었다. 공 코치가 정 코치에게 사과를 했지만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선수들은 공 코치가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걸 보고 선입견을 갖고 됐다."

공 코치의 능력에 대해 평가는 뒤로 밀렸다. 선수들은 일단 자신들과 노선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공 코치가 사령탑에 올랐을 때 당할 불이익을 걱정했다고 봐야할 것 같다. 또 5월 사건으로 당할 불이익을 염려하고 있다. 일부에선 구단의 누군가 '선수들을 혼내주겠다'고 말했다는 루머가 돌고돌아 선수들의 귀에 전달됐고, 이로 인해 자극을 받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롯데는 사령탑이 공석 중이다. 한 야구인은 "감독 선임에 구단이 선수들 눈치까지 봐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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